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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국제음악제 초청 재독 작곡가 박영희씨 "내 작품 7할은 한국어 제목…우리말 너무 사랑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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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국제음악제 초청 재독 작곡가 박영희씨 "내 작품 7할은 한국어 제목…우리말 너무 사랑하기 때문"

입력
2011.07.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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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37년을 살았지만 한국을 어찌 잊겠어요? 행여 독일어 단어 안 나오게 하려 애쓰죠." 재독 작곡가 박영희(65)씨에게는 놀랍게도 그의 고향(청주)에서나 만날 법한 여염집 부인의 말투가 그대로 살아 있다.

스물 아홉이던 1974년 독일로 간 이후 1년에 한번씩은 고국에 오지만 여름에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관령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그의 '타령Ⅵ'(28일), '만남1'(28일)이 연주되기 때문이다. '타령 Ⅵ'는 아시아 초연이다. 이번 음악제는 그의 작품을 헨델, 브람스, 드보르작 등 대가들의 것과 동격으로 편성했다.

"자국어를 그대로 제목에 쓰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60여개 되는 내 작품의 7할은 한국어 그대로를 제목으로 써요. 우리말을 너무 사랑하니까요." 외국인들이 자신의 곡을 들을 때만이라도 한국어와 만나게 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나 적(的)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됐다"고 했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그는 1994년 독일어권 국가에서 여자로는 처음으로 주임교수(브레멘 국립예술대 작곡과)로 임명됐고 현대음악연구소 등을 설립해 유럽 예술계에서 명성을 쌓았다. 지난 3월 정년 퇴임한 그에게 브레멘 주 정부는 공로 메달을 수여했다.

mp3 파일로 들어본 그의 음악은 현대적 선율과 국악이 교호할 때 이뤄내는 상승 작용으로 생동한다. 그는 "복잡한 현대 음악 이론에 함몰되지 않고, 한국의 밝은 심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3분짜리 곡 '만남1'은 모친의 고희 때 지은 곡이에요. 즐겨 읽던 신사임당의 '사친(思親)'과 허난설헌의 시를 가사 삼아 음악을 붙인 것이죠. 종결부에 이르러 마음이 편안해 졌으면 해요." 첼로가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뜯는 주법)로 장구 리듬을 구사하는 가운데 네 악기(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하나의 중심음(heterson)에 따라 주선율을 진행한다. "대관령 넘으면 사임당이 살던 곳이라 더 감회가 크네요."

그에 비한다면 '타령 Ⅵ'는 약동한다. 그는 "해가 뜨면 농부들이 일어나 장터에 가서 놀다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 일과를 그렸다"며 "우리나라 음악의 힘은 바로 신명"이라고 말했다. 5곡의 타령을 주조로 해 다양한 타악에 전자 음악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윤이상, 진은숙씨 모두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작품 모티프로 쓰고 있잖아요?" 기억과 반추, 나아가 자기 준거의 틀로서 박씨 또한 한국적 DNA를 현대 음악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4년째 작곡 중인 '높고 낮은 빛(Hoches und Tiefes Licht)'이 다음 달 완성된다. 그는 "어두움을 통하지 않으면 빛에 도달하지 못 한다는, 도교와 서양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2012년 12월 뮌헨에서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ㆍ비올라의 이중 협주곡 형식으로 초연될 예정이다.

그는 'Younghi Pagh-Paan'이란 이름으로 활동한다(웹사이트 www.pagh-paan.com). 가운데 이름 '파안(琶案)'은 '책상에 놓여진 비파'란 뜻으로, 자신의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파안대소(破顔大笑)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한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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