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과 중견, 검증된 신예들이 함께 꾸미는 피아노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기획한 이 무대는 지금 한국의 피아노 음악에서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는 세 세대의 피아니스트 12명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자리다.
'Peace & Piano Festival'로 명명된 이 무대는 ' 위대한 24개의 손'이란 부제를 달았다. 한동일(70) 신수정(69) 이경숙(67) 김영호(55) 김대진(49) 백혜선(46) 박종훈(42) 조재혁(41) 박종화(36) 임동혁(27) 손열음(25) 조성진(18) 등 12명이 "위대한" 손의 주인들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피아노계의 스타가 1세대에서 3세대까지 망라된 셈이다.
8월 13일 신수정, 이경숙, 김대진이 행복한대극장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모차르트의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바장조'가 축제의 신호탄이다. 손열음이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가장조', 한동일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사장조'로 뒤를 잇는다.
이어 리사이틀 순서가 기다린다. 14일 임동혁이 쇼팽과 프로코피예프 등의 작품을, 16일 백혜선이 슈만과 리스트를 선보이고, 18일은 조성진이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으로 현란한 기교를 과시한다. 다음은 이들 독주자가 두 세 명씩 짝을 지어 피아노 특유의 풍성한 화음을 선보일 'Peace Concert'.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 등이 피아노 연탄곡으로 해석돼 거듭난다.
20일은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교향악단의 반주로 펼쳐질 피아노 협주곡의 밤, '피날레 공원 콘서트'가 열린다. 김대진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21번 가장조'를, 이경숙은 그리그의 '협주곡 가단조'를, 김영호는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 다단조'를 들려준다. 김대진은 이 날 피아노를 연주하며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아늑한소극장에서는 관객들을 위해 마련한 참여의 자리가 돋보인다. 김대진이 피아노 전공자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펼치는 '오픈클래스'를 비롯해 한동일 신수정 등 중견 연주자들이 음악도 등 전공자들 앞에서 강연을 펼치는 '마스터 클래스', 간단한 공연과 객석과의 대화로 꾸미는 '토크 투 피아노',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들의 협연 실황을 감상하는 '피아노 온 스크린' 등이 준비됐다.
음악평론가 김순배씨는 "이 무대는 백건우씨와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협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쾌거 등으로 입증된 우리 음악계의 좋은 기운이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훌륭한 연주자들만 모아 무대를 실현한 기획력이 특히 돋보인다"고 말했다. 8월 13~20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031)230-324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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