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한국인에게 40년 넘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평면 마산2리의 옛 미군기지 캠프 이선 알렌 터에 온 전 주한미군 필 스튜어트씨는 잠시 당황했다. 마산2리는 그가 1969년 4월부터 12월까지 복무하며 개울 등에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증언한 곳이지만 기지가 있던 자리가 논으로 변한 것.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며 기억을 더듬던 스튜어트씨는 이내 “밤꼬지라는 마을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스튜어트씨는 “이선 알렌 담 주변과 기지 앞 길 양쪽, 배수로 등에 정기적으로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를 뿌렸고, 남은 것은 개울에 버렸다”며 “작업 뒤에는 빨래터에서 펌프와 분사장비를 세척했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던 주민 김씨는 “큰 아들이 소아마비 같은 증세를 앓다 18살 되던 해에 숨졌다”며 “당시 사인은 심장마비였는데 다른 집도 비슷한 병에 걸린 아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1968년 근무한 캠프 피터슨이 있었던 파주시 광탄면 신산리를 찾은 스튜어트씨는 부대 위치를 가리키며 “산에는 헬기로 고엽제를 뿌렸고, 울타리 주변은 병사들이 직접 했다"고 증언했다.
미군기지 터 두 곳을 방문한 뒤 스튜어트씨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을 폭로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은 남쪽 비무장지대(DMZ)에만 고엽제를 뿌렸다고 하지만 오늘 간 곳은 DMZ가 아니다”며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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