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인근에 자리한 세븐일레븐 소공점은 요즘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마다 작은 식당으로 변신한다. 지난 4월 김밥과 도시락을 판매하는 '아일랜드 매대'(독립형 매대)를 설치하고 테이블과 의자 등을 늘리자, 싸고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 세븐일레븐에서 소공점 등 8개 매장을 관리하는 양윤혜씨는 "아일랜드 매대 설치 후 지난해에 비해 김밥은 63%, 샌드위치는 22%, 도시락은 105%나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2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편의점의 도시락ㆍ김밥 등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모두 대폭 증가했다. 삼각김밥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는 수요는 전부터 많았지만, 올 들어 식당들이 대부분 가격을 올리면서 점심 식사도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
도시락 판매, 매년 두배씩 늘어
특히 도시락 판매액이 최근 2~3년 간 거의 매년 두 배씩 뛰었다. 가장 먼저 제대로 된 식사용 도시락에 뛰어든 보광 훼미리마트가 2008년 만든 '소불고기 도시락'과 '제육 도시락'이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이 시작이었다.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은 2009년 189.1%, 2010년 123.5%, 올해 상반기 188.1%로 매출이 점프했다. GS25와 훼미리마트도 매년 도시락 매출이 배로 뛰고 있다.
전통적인 인기 메뉴인 삼각 또는 한줄 김밥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는 데 비해 도시락 매출은 100% 이상 뛴 이유는 그만큼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은 3,000원 이하이면서도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부터 도시락 밥을 찰지고 맛좋은 고시히까리 쌀로 짓고, GS25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으로 조미한다.
인테리어도 식당처럼
편의점 인테리어도 식당처럼 바뀌고 있다. 신선식품 전용 매대를 중앙에 설치하는가 하면, 구석진 곳에서 서서 컵라면이나 먹던 곳을 카페형으로 바꾼 곳도 많아졌다. 훼미리마트는 신선식품 외에 음료와 아이스크림, 베이커리, 스무디 등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을 한데 모아놓는 형태로 구성한 '먹을거리 특화점'을 100여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GS25는 이달 6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GS25삼전나루점에서 가락우동을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새로운 매장을 선보였다. 이름은 '누들 25'다. 가락우동 2종, 라면, 자장면 등 총 4종류 상품을 판매하며 가격은 2,500~3,500원이다.
빵을 직접 구워 파는 베이커리형 매장도 매출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 GS25는 지난해 9월부터 조선호텔 베이커리에서 만든 반죽을 매장에서 직접 구워 판매하는 베이커리형 매장을 시작, 현재 오피스 및 학원가를 중심으로 약 600여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빵과 저렴한 가격의 원두커피로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원두커피 매출까지 전년 대비 126%나 급증했다고 GS25 측은 밝혔다. GS25보다 더 일찍 2008년부터 베이커리형 매장을 시작한 보광 훼미리마트도 물가상승으로 값싼 편의점 빵이 많이 팔리면서 올해 상반기 베이커리 매출은 지난해보다 3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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