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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서 만든 일본 車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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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서 만든 일본 車 몰려온다

입력
2011.07.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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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일본 자동차의 대공세가 시작된다. 국내 시장에서 유럽산 자동차에게 밀려 자존심을 톡톡히 상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완성차 메이커들은 10월 이후 대대적 신차출시를 위해 옛 영화 회복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몰려올 일본자동차들은 '메이든 인 재팬'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만든 차량들이다. 대지진 이후 전력난 때문에 일본에서 충분한 물량을 만들지 못한 탓도 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을 보고 있거나 곧 보게 될 유럽과 미국산 차량이 훨씬 더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게 일본차 업체들의 판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도요타는 10월쯤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 공장에서 생산되는 7인승 프리미엄 다목적차량(MPV) 시에나를 국내 시판할 계획이다. 시에나는 혼다의 오딧세이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다목적 차량으로, 1997년 출시 이후 미국의 미니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슬라이딩 도어와 2열 및 3열 좌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 한국시장에서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한국도요타측 분석. 현재 미국내 판매 가격은 2륜 구동 기준으로 2만5,060~3만9,300달러(약2,700만~4,244만원)으로 국내시장에서 기아차의 카니발(2,600만~3,460만원)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도요타는 내년 초 차세대 캠리 신형도 미국에서 들여 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요타가 리콜과 대지진 충격을 벗고 올 가을 미국에서 야심 차게 내놓을 이 차가 국내 수입될 경우, 또 한번 '캠리 열풍'이 예상된다. 한국도요타는 지난달 도요타 아키오 본사사장이 방한한 이후 추락한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인데, 회사관계자는 "미국산 차량의 수입도 그런 맥락이며 필요하다면 차종도 훨씬 다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요타 측은 미국산 차량을 들여오기 위해 최근 평택항 인근에 대규모 물류 센터를 짓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간판차종인 시빅(준중형) 등을 영국공장에서 들여오는 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이와 관련,"(FTA발효로) 관세장벽이 없는 국가에서 생산된 차량을 들여올 계획"이라며 "시빅과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인 CR-V를 생산하고 있는 영국 스윈던 공장이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서 생산된 중형 알티마를 수입하고 있는 닛산은 물량과 차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 업체들이 이처럼 본토 아닌 해외 생산분을 수입하려는 건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일본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2008년 35.5%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16.7%로 뚝 떨어질 만큼 사실상 반토막난 상태.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업체는 같은 기간 53.1%에서 75.7%로 높아졌다. 일본 메이커들은 엔고(高)에 따른 가격경쟁력 악화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는데, 이달부터 한ㆍEU FTA까지 발효됨에 따라 "이대로 가면 아예 한국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결국 일본메이커들은 유럽산 혹은 향후 FTA 발효가 발효될 미국산을 들여오는 쪽으로 고육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4% 관세가 없어지고 이에 연동되는 특별소비세와 교육세까지 감안하면 대당 130~150만원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다"면서 "더구나 일본에서 직접 들여 올 때 거쳐야 하는 배출가스 및 안전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유럽ㆍ미국산의 수입효과는 매우 큰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고 돌아오는 빈 배를 활용할 수 있어 운송비도 비싸지 않은데다 미국내 재고분을 털어낸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업체들이 수입하려는 미국산, 영국산 차가 대중차종인 점을 볼 때 대량판매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유럽메이커를 겨냥한 것이지만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장기적으론 국산차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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