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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노점 단속 100일 넘게 충돌/ "신문지 깔고라도 장사" "어떻게든 철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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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노점 단속 100일 넘게 충돌/ "신문지 깔고라도 장사" "어떻게든 철거할 것"

입력
2011.07.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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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탕…."

주말인 24일 오후 외국인과 시민들이 빼곡히 들어찬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종로구청에서 파견한 용역직원들이 노점 단속을 시작한 것. 이들은 액세서리 장난감 골동품 등을 파는 노점 다섯 곳을 뒤집어 엎었다. 땅에 나뒹구는 물건에 시민들은 깜짝 놀라 발길을 멈췄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덤덤한 듯했다. 18년째 이 곳에서 노점을 해온 정모(60)씨가 장난감을 주워담으며 말했다. "우리가 죄인도 아닌데 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돼요. 부서진 가판대를 고쳐서 나오면 와서 뒤집고 또 뒤집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서울 인사동에서 노점 단속원들과 상인들 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10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걷기 편한 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인사동 노점 이전 재배치를 준비해온 종로구가 3월 인사동 사거리 북쪽의 노점 16곳을 철거, 인사동 쉼터공원 등에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상인들은 종로구청이 노점 이전 구역으로 지정한 쉼터공원과 특화거리(돌마당)는 유동인구가 적어 생계가 어려워진다며 이전을 거부했고, 구청은 3월30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렇게 시작된 양측의 충돌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월말부터 구청 담당자와 종로지역상인연합회 대표가 협의안 도출을 위한 면담을 이어왔지만 이마저도 지난주 최종 결렬됐다. "신문지 한 장을 깔고서라도 계속 장사를 하겠다"는 노점상들과 "매일 단속하면 결국 철거하고 말 것"이라는 구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물리적 충돌로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노점상들이 버티는 건 수 년 전부터 시작된 노점상 정비 사업에 따라 이면도로로 옮겨간 기존 노점들의 몰락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종로구는 2009년부터 종로1~5가 노점 647곳을 이면도로로 이전시켰다. 김근기 종로노점상연합회 부회장은 "이면도로로 옮긴 노점 상당수의 매출이 대폭 줄었고 아예 장사를 포기한 곳도 적지 않다"며 "시가 이면도로 노점을 활성화한다며 전담기구인 시정개발단을 만들었지만 노점 이전이 끝나자 그 기구마저 없애버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청은 노점 자체가 불법이고 보행자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정비를 해야 한다는 강경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인사동 충돌로 걷기 편한 거리 만들기 사업이 늦어지고 있지만 인사동 정비가 끝나면 대학로와 왕산로(흥인지문~신설동 로터리)의 노점상도 순차적으로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점을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대표적 문화상품거리에 맞는 노점문화를 만들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럽의 노점처럼 우리 전통음식을 파는 노점 등 인사동의 성격에 맞는 노점상이 있어야 한다"며 "노점과 구청이 협의해 장소에 적합한 업종으로 변경해 합법화하는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획 없는 무조건적인 철거는 노점상들에게도 타격이지만 인사동 활성화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상 한국에 왔다가 인사동에 들른 미국인 브라이언 랜더스(42)씨는 "한국 노점상은 물건도 다양하고 수제품 품질도 좋아 한국에 올 때마다 인사동에 들러 좋은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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