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a(우파)라는 곳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한ㆍ러 언론교류 러시아프로그램에 참석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러시아 내에선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다음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에게 러시아는 그만큼 '가깝고도 먼 나라'다. 모스크바 동남쪽으로 1,800여km, 우랄산맥의 남쪽 구릉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가장 오래된 자치공화국 바쉬로프토스탄의 수도. 도시 이름 뜻처럼 3개 강(우파, 벨리, 조마)으로 둘러싸여 동ㆍ서ㆍ남해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 Ufa는 여전히 1960년대 후반의 도시다. 흐루시초프와 브레즈네프가 이끌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모범이었다. 수호이 전투기 엔진을 개발하고 제조한 러시아 최대 최고의 공장이 있고, 여의도 2.5배 넓이의 부지를 자랑하는 석유정제시설은 모스크바 주유소에까지 휘발유를 공급한다. 9만2,000ha의 국영농장에선 우유만 하루에 20톤을 생산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국내 최대의 야전병원이 있던 곳이다. 이런 최대ㆍ최고의 모습은 5~10년 전만 해도 '옛 명성'에 불과했다. 40년 이상 정지된 시간 속에서 '잠자는 곰'의 한 부분일 따름이었다.
■ 그런 Ufa가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항공기 엔진공장은 여전히 수공업 형태로 부품을 깎고 있었으나 한 쪽에선 우주선 엔진 개발을 위한 설계가 한창이다. 석유정제시설은 네 블록 가운데 한 곳이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리모델링을 완성했다. 나머지 세 곳도 투자국을 물색하고 있다. 40년 넘은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국영농장에선 넓이 1ha 높이 7m의 유리하우스를 만들고 네덜란드와 핀란드 농법으로 ㎡ 당 60kg 이상의 토마토 오이를 생산하고 있다. 야전병원을 개조한 레저시설은 요양시설로 바뀌어 서유럽의 상류층을 유혹하고 있다.
■ Ufa의 인구는 120만 여명. 러시아 전체가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으나 이곳은 정반대다. 최근 5~10년 사이 현대화를 꾀하는 곳은 어김없이 직원(근로자)들의 복지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공장과 시설의 넓은 땅 한 쪽에 기숙사를 만들고, 농장과 레저시설에는 직원과 그 가족을 위한 부대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정치에는 지극히 무관심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 푸틴이 다시 당선되겠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결같이 한국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부러워하는 그들은 새로운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있었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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