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플러스'인 정기예금이 사라졌다. 돈을 1년간 은행에 넣어둬도 물가 상승폭보다 더 많은 이자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 정기예금 중 금리 연 5% 이상인 예금은 전월보다 0.2%포인트 감소한 0.4%에 불과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 4.4%)과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할 때 고객이 새로 가입한 예금 1,000건 중 996건은 돈을 까먹는 셈이다.
금리 연 5% 이상 정기예금 비중은 작년 1월(10.8%) 이후 급감, 같은 해 2월부터 16개월째 2% 미만에 머물고 있다. 6% 이상 정기예금은 2009년 2월 이후 28개월째 1% 미만이다. 작년 6월 이후론 1년째 아예 실종된 상태다.
반면, 은행들의 고금리 대출 비중은 증가세다. 5월 중 금리 연 6% 이상 가계대출 비중은 17.2%로 전월보다 0.5%포인트 늘었다. 작년 말(12.1%)에 비해 5%포인트 넘게 증가한 수치다. 연 6% 이상 중소기업대출 비중의 증가폭은 더 가팔라 작년 11월 29.5%에서 작년 말 33.1%로 확대됐고, 올해 2월 이후 40%대를 유지하다가 5월 들어선 절반(44.3%)에 육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놓아둔 채 대출금리 높이기에만 치중해 예대금리차가 3%포인트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이 예금금리를 높이지 않는 건 외국인 채권 순매수 지속 등으로 시장금리 자체가 낮게 형성됐기 때문일 수 있다"며 "자산 증식을 위해선 은행 예금이 아닌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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