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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이기적 정치의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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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이기적 정치의 불장난

입력
2011.07.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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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의 불장난'. 국가채무 상한(debt ceiling) 증액을 둘러싼 워싱턴의 정치게임을 독일 언론은 일찌감치 그렇게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가 저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좇아 위험한 힘겨루기 도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24일 한층 신랄한 미국 학자의 논평을 인용했다. "의회는 수소폭탄 저글링(juggling)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스 케이블 영국 상무장관도"유로존 부채 위기보다 미 의회 우파 골통(rightwing nutters)들이 세계 금융체제에 최대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국가부채 위기 부추긴 정치게임

물론 사상 초유의 국가채무 불이행, 디폴트에 이르기 전에 양쪽이'증액 패키지'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세계 경제의 재앙을 모면하더라도,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바마가 그토록 다짐한'정치 양극화'해소는커녕 오히려 악화한 현실이 두드러진 사실이다. 미국과 세계를 패닉에 빠뜨릴 위험한 도박을 무릅쓴 정치의 타락을 사태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해 재정적자가 1조 달러나 되는 마당에 14조3,000억 달러의 국가채무 상한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서만 10차례 채무 상한을 증액했다. 그런데도 정치세력이 불장난에 매달린 것은 진정한 국민 이익과 거리 먼 '대결 정치'탓이다.

미국이 둘로 나뉜듯한 극단적 대치를 벗어나 균형과 화합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모은 오바마 대통령부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전문 인터넷신문 폴리티코(Politico) 등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오바마가 국가적으로 불가피한 채무상한 증액을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본다.

오바마는 '증액 패키지'에 재정지출 축소와 소득세 인상안을 함께 담았다. 언뜻 노인의료보호 축소 등 복지지출 감소에 대한 민주당 지지세력의 반발을 고려, 부유층 증세(增稅)안을 제시한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어느 때보다 증세에 민감하다. 지난해 총선을 휩쓴 보수 티파티(Tea Party)세력의 지지로 하원에 진출한 초선 87명 등은 '모든 증세안 거부'를 공개 서약했다.

이런 정치 상황에서 증세안은 타협 여지를 스스로 봉쇄했다. 속내는 집권 이후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공화당의 기세를 눌러 재선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오바마는 "공화당은 부자들을 위해 미국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고 선거 유세에서나 쓸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베이너 하원의장과 캔터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노련한 보수정치인들이다. 극한 정치게임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바마와 완고하게 맞선 것은 티파티 세력의 지지를 업고 위상과 영향력을 키울 목적이다. 베이너는 캔터의 야심을 누르고 의장직을 지킬 심산이고, 캔터는 부통령 주지사 상원의원 등 거물로 도약하는 꿈을 꾼다는 분석이다.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의'거리 두기'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테면 공화당의 미트 롬니 전 주지사는"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은"열차 탈선과 무관하다고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논평했다.

선거 생각만 하는 무리 분별을

미국의 국가부채 위기는 국력 쇠퇴를 상징한다. 그러나 길고 완만한 퇴조를 긴박한 비상사태로 몰고 가는 것은 협소한 정파적 이기심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민주 공화 양당의 이념과 정책 다툼은 실제 유권자들의 이해 갈등보다 훨씬 치열하고 간극이 넓다. 오로지 정치를 위한 정치가 미국과 세계를 불안하게 한다.

우리 정치도 저마다 국민 복지를 외치지만 속마음은 자나깨나 내년 선거 생각뿐이다. 정치의 불장난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이기적 목적으로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무리를 제대로 분별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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