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고속 질주하는 중국인만큼 고속철도에 대한 관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불과 5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2005년 고속철 건설을 시작한 중국은 지난해 7,500㎞를 완성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만6,000㎞를 증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중국 주요 도시를 일일 생활권으로 묶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속철은 화물과 승객 운송 효율 면에서 기존 철도에 비해 경제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북교통대 자오지안 교수는 "고속철은 대도시가 근접해 있을 때 유리하다"며 "원거리 고속철은 건설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항공 노선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23일 사고를 일으킨 둥처(動車) D301호는 베이징(北京)에서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까지 14시간 동안 무려 2,234㎞를 달릴 예정이었다.
고속철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중국 철도부의 부채는 2년 만에 3배 늘어난 3,07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베이징(北京)_상하이(上海)고속철도에는 330억달러가 투입됐다. "중국 정부가 부채를 감당할 수는 있겠지만, 향후 경제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자오지안 교수는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 대비 철도노선은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으로선 고속철 보다 기존 철도를 증설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 중국이 경제성을 뒤로 한 채 고속철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FT는 "중국이 첨단 기술이 접목된 고속철을 전세계에 수출해 저임금 제조업 국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중국의 의도는 최근까지 성공하는 듯 했다. 자체 개발한 228량의 고속전철을 7월에 처음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고 제너럴일렉트릭(GE)사를 통해 미국에 고속전철을 수출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이번 고속철 추돌사고는 이러한 중국의 야심에 수정을 가할 전망이다.
FT는 "사고가 고속철 증설 계획을 축소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철도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25일 상하이 증시에서 철도 관련주는 한때 16%나 폭락했고 중국 최대 객차제조사인 CSR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고속철 추돌사고를 계기로 중국 전반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국제 사회의 시각도 고속철 증설 계획에 장애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기자 조지 첸은 "중국에서 빠른 것은 고속철도만이 아니며 많은 것들이 너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며 "식품기업, 상장기업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중국이여, 제발 비행을 멈추고 천천히 걸어가라"는 한 중국 블로거의 글을 소개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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