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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KBS의 위기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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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KBS의 위기 4가지

입력
2011.07.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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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야당 당사에'KBS 기자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나붙었던 적이 있었다. KBS 편파보도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관제언론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시절이었다. 86년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을 주도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목회서신에서 "KBS가 퇴폐적인 오락 프로를 분별없이 방영, 시민정신을 타락시키고 있으며... 시청료와 막대한 광고수입으로 운영하면서 시청자들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국민 지배도구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둘 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KBS에 대한 비판의 논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시청자 믿음 멀어지는 KBS

공영방송 KBS는 지금 4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첫째, 신뢰의 위기이다. 단적인 사례가 최근 불거진 도청의혹이다. 위기의 본질은 시청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문제가 제기되어도 그것을 당당하게 설명하고 설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가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는 KBS 경영진의 발표는 '국민의 방송'을 책임지는 자세로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면피성 발언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 KBS 경영진이 나서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정치적 독립성의 위기이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KBS는 늘 정파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신뢰의 위기가 잉태된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여당이 사장과 이사회 인선을 주도한다면 정치적 독립성 시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장과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방안을 하루빨리 논의해야 한다. 내년 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올해가 관련 방송법을 개정할 적기이다. 이 문제를 손질하지 않으면 다음번 정권에서도, 그것이 보수든 진보든 악순환은 이어질 것이다.

셋째, 경제적 독립성의 위기이다. 수신료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KBS 주도권을 둘러싼 샅바싸움의 성격이 강하다. 여야는 노무현 정부 때도 수신료 문제로 충돌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당은 인상 찬성, 야당은 인상 불가 입장이다. 지금처럼 수신료 문제로 날밤을 지새우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많다. 공영방송 위상에 맞게 KBS 운영은 수신료로 해야 한다. KBS 2가 광고를 하는 방식으로는 광고주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KBS 오락 프로그램들이 다른 상업방송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은 제작 방침이 상업적 토대에서 이뤄진다는 증거이다. KBS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시청률 위주의 제작 때문이어서는 곤란하다. KBS는 BBC와 NHK의 길을 가야 한다. 유럽의 공영방송도 광고 비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추세이다. 상업광고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KBS 문제는 KBS 문제로 봐야한다. 종편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KBS 수입 구조를 수신료로 단일화하고 인상폭은 독립적인 수신료 산정 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영방송 문제 치유 위한 성찰 필요

넷째, 내부 소통의 위기이다. KBS는 작년말 현재 정규직만 4,973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이다. 남의 집안 이야기를 해서 좀 그렇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KBS 구성원들 간의 소통 단절이 심각한 것 같다. 기자나 PD, 기술, 경영 직렬간의 소통이 특히 어려운 것 같다. 노조도 KBS 노동조합, 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KBS 공영노동조합 등으로 나눠져 있어, 글자그대로 '한 지붕 세 가족'이다. 내부 소통에 동맥경화가 걸린 지 오래되었다. 반목과 갈등이 깊다는 것은 위기의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이다.

공영방송 KBS는 우리 사회의 근간이다. 지난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발전은 KBS의 진로에 크게 의지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영방송 KBS가 처한 위기의 본질에 대해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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