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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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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당을 나온 암탉'

입력
2011.07.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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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를 앞두고 '혹시나'보다 '설마'가 앞섰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지난 '전과'(戰果)를 되돌아보면 기대를 갖고 극장을 찾았다가 실망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좋은데 이야기가 좀…."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반화된 평가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다르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지닌 숙명적인 한계를 너끈히 뛰어넘는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을 배경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유려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간단치 않은 메시지까지 품고 있다. 지금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 아닐까.

캐릭터들부터 개성 만발이다. 비좁은 닭장 속에서 평생 알을 낳다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 안락한 양계장 마당을 뛰쳐나오는 암탉 싹(목소리 연기 문소리)부터 도드라진다. 이종간의 사랑을 불사하고, 종을 넘어선 모성애를 발휘한다. 날지 못하는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의 캐릭터도 강렬하다. 가족과 무리를 위해 족제비와 맞서 싸우고 목숨까지 과감히 버리는 정열이 뜨겁게 다가온다. 싹이 기르게 되는 나그네의 아들 초록(유승호)도 매력적이다. 방황을 거치며 꿈을 실현해 가는 초록을 통해 영화는 아름다운 성장통을 전한다. 넉넉한 '인간성'을 발휘하며 웃음을 나르는 수달 달수(박철민)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는 마당을 나와 야생의 세계에 발을 디딘 싹의 모험, 나그네의 불꽃 같은 삶, 불우한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초록의 모습 등을 버무려 제법 포만감 있는 드라마를 제조한다.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거야"라는 싹의 외침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 다문화 가정과 대안 가족들이 늘어나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메시지다. 후반부 싹의 생애 마지막 선택은 과연 삶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며 꽤 큰 울림을 준다.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나눠 접근하지 않으려는 시각은 아이들의 성숙에 도움을 줄 듯하다.

액자에 넣고픈 그림과 캐릭터들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다독이는 음악도 좋다. 감독 오성윤.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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