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에 맞서 대통령 면담까지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가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치닫는 양상인데 학계는 “정부가 절대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건강보험약값 일괄 인하 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값은 최초 오리지널(특허 보호 당시)의 80%, 첫 복제약은 최초 오리지널의 68%을 약값으로 책정하고 있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런 약값을 각각 70%, 56%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또 ‘동일 효능 동일 가격’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특허 만료 1년 후부터는 오리지널과 복제약 모두 최초 오리지널의 50% 가량으로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빠른 복제약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나온 복제약값을 더 높이 쳐주는데, 이런 계단식 약값 결정 방식이 폐지되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18일 청와대, 국회, 국무총리실, 복지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에 “해고사태, 연구개발(R&D) 중단, 필수의약품 공급기반 붕괴 등 산업 존립의 기반이 훼손될 것”이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22일에는 “제약산업의 어려움과 약가 인하정책 재검토를 건의하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제약업계는 “이미 기등재의약품 재정비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도입으로 최소 1조원의 손해를 봤다”며 “추가 약값 인하 시 2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제약회사들이 원하는 대로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제약사 하나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국민들 약값 부담은 높아지고 건강보험 재정은 휘청거리고, 불법 리베이트만 만연했다”며 “정부가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 동안 제약업계의 R&D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약값을 높이 책정해 왔으나, 결과적으로 초과이익으로 리베이트 자금조성만 방조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 총 매출은 한해 15조원 가량인데, 이중 20%인 3조원이 리베이트로 의사, 약사 등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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