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테러로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은 그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평화의 땅' 노르웨이가 입은 타격은 그 이상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개방과 평화, 안전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나라다. 폭탄 테러가 일어난 정부청사 인근 오슬로 시청에서는 매년 12월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며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이곳에서 상을 받았다.
1990년대 이후 정치ㆍ외교에서 '평화와 화해'를 강조해온 노르웨이는 세계 5위 석유수출 부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각종 평화조약 중재와 대규모 원조를 주도해 왔다. 집속탄•대인지뢰로인한민간인피해확산금지국제협약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19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약, 2002년 스리랑카-타밀 휴전협정, 2005년 남ㆍ북수단 평화협약의 성사에도 큰 역할을 했다.
노르웨이의 이 같은 정치외교적 노력은 실제로 국가 이미지는 물론 노르웨이 산업 전반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제사회는 노르웨이가 "평화를 국가 주요 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분쟁 없는 평화 도시 오슬로는 정치인이 무방비로 거리를 활보할 만큼 치안이 잘 유지된다. 인구 500만명의 노르웨이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연 40건(한국 연 1,000건)에 불과하다. 1990년 사망한 울라프 5세 전 노르웨이 국왕은 "수행원 없이 기차를 타고 스키여행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공언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오슬로 시민은 더 이상 평화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 오슬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드리안 이노요사(24)씨는 "오슬로 한복판에서 군인을 보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그 누구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안나 호닝(49)씨는 "이 도시가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고 아르헨티나 출신 이반 테라스(24) 씨는"시민들이 공포에 싸여 노르웨이가 안전만 강조하는 폐쇄 사회가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여행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여행 온 줄리안 발러(30)씨와 소파아 모네(28)씨는 "오슬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로부터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노르웨이 총리는"이번 테러로 열린 사회, 안전한 사회라는 노르웨이의 가치가 위협받았다"며 "우리는 이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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