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과 어린 여아를 상대로 한 50~70대 중ㆍ노년 남성들의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중ㆍ노년들이 젊은이에 비해 성교육이 부족했고, 뿌리 깊은 가부장 의식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0일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여성 A(25)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박모(5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는 이날 0시5분께 지하철 5호선 송정역을 지나는 전동차 내에서 A씨 옆자리에 앉아 잠든 A씨를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승객들이 있는 환한 전동차 안에서 마치 연인 사이인 것처럼 행동하며 여성을 추행하던 박씨는 맞은편 자리에서 이 상황을 의아하게 지켜본 대학생 라모(27)씨의 신고로 체포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도 이달 11일 지적장애 여성 이모(27)씨를 성추행한 혐의(강간미수)로 방모(65)씨를 22일 구속했다. 방씨는 서울 독립문공원 근처를 배회하던 이씨에게 "교통비를 하라"며 3,000원을 주며 접근, 자신이 운영하는 인사동의 음식점으로 유인해 강제로 옷을 벗기고 추행한 혐의다(한국일보 7월 13일 8면 보도).
이뿐만이 아니다. 50대 이상 남성의 초등학생 성추행, 찜질방 여성 강제 추행 등 추한 성범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강원 강릉시에서 70대 남성이 초등학생 2명을 야산으로 데리고 가 성추행하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수위였던 김모(78)씨가 당직실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등 70대 노년 남성들의 성추행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학생이나 젊은 여성을 상대로 한 이 같은 중ㆍ노년 남성들의 성범죄에는 어떤 요인이 있는 것일까. 한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50대 이상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여성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가부장적 의식이 깔려 있다"며 "이들은 (성추행을 하며) 자신이 좋으면 상대도 좋아할 것으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문은미 서울대 성희롱ㆍ성폭력상담소 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성희롱 성폭력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90년대 초부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성들이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50대 이상의 경우 제대로 성교육도 받지 못해 이런 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황혼이혼 증가가 노년 남성들의 성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는다.
50대 이상 남성의 성범죄만 두드러진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여성가족부가 2009년 한 해 동안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879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해자는 40대(22.2%) 30대(21.7%) 20대(20.7%) 순으로 많았고 50~70대는 21.5%였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나 세대별로 성범죄자 숫자가 두드러지거나 50대 이상만 성범죄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이정현기자 jho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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