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이 이슬람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또 다시 드러냈다.
노르웨이 경찰이 "테러 용의자는 노르웨이인"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약 7시간 뒤였다. 테러가 간격을 두고 연쇄적으로 일어난데다 용의자 검거와 조사에 시간을 지체한 탓이다. 그 사이 겉으로 드러난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지만 대부분의 서방 언론은 이슬람극단주의자나 테러조직을 배후로 지목하고 추측 보도를 쏟아냈다.
미디어황제 루퍼트 머독 소유의 더선은 1면 제목부터가 '알카에다의 대학살 - 노르웨이판 9ㆍ11'이었다. 역시 머독이 거느린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을 통해 아랍권과 연계된 테러가 발생했다고 단정했다.
유력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우파 논객 제니퍼 루빈은 "9일 전 노르웨이 검찰이 노르웨이 정치인 살해 위협 혐의로 이라크 출신 성직자 물라 크레카를 기소했는데 이것은 이슬람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노르웨이평화연구소의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소장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아니고서는 이런 테러를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까지 했다.
무슬림 인권운동가 파르하나 케라는 "무슬림을 비난하고 싶은 충동 자체가 반이슬람주의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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