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학살이 벌어진 노르웨이 우토야 섬에서 한 50대 시민이 작은 낚싯배로 아이들을 구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연쇄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아이들을 찾아 섬을 돌며 자동소총을 난사하던 때였다.
22일(현지시간) 우토야 섬 인근 스토로야섬에서 주말을 보내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캐스퍼 아일라우그(53)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슬로에 사는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우토야 섬에서 끔직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가서 사람을 구하라"고 했던 것이다.
아일라우그는 친구의 말이 농담이 아닌가 반신반의하면서도 배를 물에 띄웠다. 15분을 달려 2㎞ 거리에 있던 우토야섬에 다가간 그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 그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드는 아이들이 물가에서 엎드려 있거나, 건물이나 바위 또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때마침 친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미치광이가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있다.' 배 위로는 헬리콥터가 지나갔다. 그는 재빨리 해안에 배를 댔다.
서둘러 아이들 다섯을 배에 태웠는데 그 아이들은 15도의 낮은 기온에 수영복 차림으로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추위보다는 충격으로 인한 쇼크가 더 큰 듯했다. 아일라우그는 바위 뒤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충격 때문에 안전한 곳에 숨어있는 것이려니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빨간 헬멧을 쓰고 노란 재킷을 입고 있던 아일라우그는 세 차례나 우토야섬을 들락거리며 아이들을 구해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복장 때문에 쉽게 범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며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도 나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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