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전국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의 모든 좌석에서는 안전띠를 매야 한다. 어겼다가 단속에 걸리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고속도로에서는 일찌감치 적용됐던 규칙이 일반 자동차전용도로에도 확대 적용된 셈이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교통사고는 2009년 기준으로 연 7,000건에 이르러 1만6,000명의 부상자와 5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사고 치사율이 7%를 넘어 고속도로에 맞먹는 수준이니, 안전띠 착용 의무화로 사상자를 줄여보자는 것이 시행규칙 개정의 취지다.
■ 이런 안전띠 착용 규칙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이뤄질 수도 없는 예외 영역이 있다. 경남(京南), 즉 경기 남부 지역과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 가운데 입석 승객들로 넘치는 노선이 적지 않다. 분당과 수서를 잇는 고속화도로는 물론이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조차 그런 실정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어 자세를 가눌 손잡이도 마땅찮다. 이런 상태에서 맨 정신으로 '안전띠 착용'을 당부하는 안내방송을 할 운전기사는 없다. 떠들썩하게 펼쳐졌던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캠페인에 비추어 실없기 짝이 없는 이면이다.
■ 이윤이 짭짤할 버스회사에 물었다.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낮 시간에도 승객이 넘치는데 왜 버스를 늘리지 않느냐." 대답은 이랬다. "여러 차례 증차 요구가 경기도 문턱을 넘었다가도 서울시 총량 규제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기존의 빨간색 광역버스와 달리 파란색 'M버스'가 늘어나 고 있는 것을 보면 서울시의 총량 규제가 결코 빈틈없는 그물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경남_서울 노선에 잇따라 투입된 'M버스' 운영회사가 하나이고, 광역버스 가운데 입석 승객이 많기로 악명 높은 회사와 달라 '로비력 차이'마저 일깨운다.
■ 중요한 것은 버스회사와 경기도, 서울시 어디에 더 큰 책임이 놓이느냐가 아니다. 교통안전 행정과 여객운송 행정이 따로 노는 바람에 법규의 핵심인 '평등'이 처음부터 도외시되고, 법규 자체가 웃음거리가 된 현실이다. 입석 승객이 가득한 광역버스가 옆을 달리는데 승용차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을 적극적으로 단속해 범칙금을 물릴 수 있을까. 이런 부조리가 행정 부실이나 부작위의 결과인 한 해결은 행정당국의 몫이다. 그 시작은 경기도나 서울시 관계자가 서울역이나 강남역 등 광역버스가 몰리는 정류장에 하루만 나와봐도 충분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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