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고조와 교착을 거듭하던 한반도 정세가 일대 전환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담이 열린 데 이어 남북 외교장관들의 만남도 이뤄졌다. 이달 말에는 북한에서 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뉴욕 방문이 예정돼 있다. 밀가루 지원 허용 등 최근 인도적 대북 지원에 보다 유연해진 우리 정부의 자세도 한반도 정세변화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6자회담 이후 2년 7개월 만인 남북수석대표 회담은 참가국들 사이에 공감대를 이룬 '남북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수순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그 동안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한ㆍ미도 이번 수석대표회담을 중대한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계관 부상의 뉴욕 방문이 그 다음 단계인 북미대화의 형식과 내용을 충족한다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6자회담 본회의의 재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낙관을 어렵게 하는 변수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어제 "남북 양자관계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 입장 표명이 있어야 풀릴 수 있다"고 못박았다. 비핵화 논의 와중에서 두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일단 6자회담 재개 수순은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형세이지만, 남북 양자관계에 획기적 진전이 없으면 비핵화 논의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남북 양자관계와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논의가 선순환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절실하다.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남북간 비핵화 회담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 응하긴 했지만 북미대화로 가기 위한 형식적 절차 정도로만 여기는 감이 없지 않다.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과정에서 남한이 중요한 당사자인 만큼 남한을 배제하면 문제가 풀릴 수 없다. 북측은 이 점을 분명히 깨닫고 남북간 비핵화 회담에도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실로 오랜만에 맞는 국면 전환의 기회다. 남북 양측은 상호 신뢰와 유연한 자세로 협력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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