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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안경점·상조社… 그린손보 'M&A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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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안경점·상조社… 그린손보 'M&A 실험'

입력
2011.07.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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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손해보험은 1947년 국내에서 네 번째로 설립(당시 국제화재)된 종합손해보험 회사다. 역사가 64년이나 됐지만, 3월 말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은 1.8%(보유보험료 기준)에 불과하다. 스스로 경쟁사로 꼽는 한화손보(6.5%)나 흥국화재(5.1%), 롯데손보(3.4%)와도 격차가 상당하다. 그래서 택한 전략이 인수ㆍ합병(M&A)인데, 계열사들을 보면 보험 사업과 무관해 보이는 미용실 안경점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상조업 진출을 선언했다. 그린손보의 독특한 M&A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 공룡'을 꿈꾸다

그린손보는 2008년 5월 설립한 그린부산창업투자를 통해 ▦남성 전용 미용실 '블루클럽'(2009년 4월ㆍ30억원) ▦미용학원 'MBC아카데미뷰티스쿨'(2010년 3월ㆍ90억원) ▦안경점 '일공공일안경ㆍ콘택트'(2010년 5월ㆍ20억원)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그린손보가 프랜차이즈 공략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본연의 투자 목적이다. 그린손보 측은 "그간 안정된 자산운용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투자처를 발굴해 왔는데, 프랜차이즈 투자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용 관련 체인을 차례로 인수한 것은 뷰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영업망 확대다. 그린손보는 1,170여개의 계열사 가맹점들을 보험상품 판매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다른 손보사보다 취약한 영업조직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린손보가 현재 갖고 있는 영업점은 1,152개로 업계 선두인 삼성화재(9,267개)의 9분의 1 수준이다.

고객원(源)이 넓어진 것도 장점이다. 그린손보 관계자는 "회원 정보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면 전략적 마케팅도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프랜차이즈 인수의 가장 큰 목적은 시너지 창출을 통한 보험 본업의 경쟁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상조업 진출, 돌파구 될까

그린손보는 14일 우리상조개발을 인수해 이름을 그린우리상조로 바꿨다. 그 동안 보험사들은 상조업체와 제휴해 보험금으로 현물을 구입하는 방식의 상조보험을 판매해왔는데, 그린손보는 직접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현재 7조원 가량인 상조시장 규모가 핵가족ㆍ고령화 등으로 머잖아 1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영세업체가 난립하면서 납입금 횡령 등이 빈번해 고객불안감이 커진 상태라 뛰어들 명분도 있다. 그린손보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상조시장 진출은 업계 건전화와 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역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조는 보험과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크게 다르다. 보험은 납입 횟수와 관계 없이 약정된 보험금을 받지만, 상조는 미리 납입한 돈만큼만 나중에 상품(장례 서비스)으로 돌려받고 원금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조업 특성 탓에 외려 금융사의 공신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두(사진) 그린손보 회장은 'M&A의 귀재'로 불린다. 그러나 보험업 경영에선 재미를 못 봤다. 이 회장은 최근 "자산운용에서 초과수익을 무기로 보험영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금융위기 이후 신통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린손보는 지난해 15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장은 "다른 손보사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해 업계 최하위로 남기보다는 차별화 전략을 찾아 경쟁우위를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누차 말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상조업 진출이 처음인 만큼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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