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해보니 아이가 또 콧물을 먹고 있었다. 이 무더위에 한시도 가만 앉아 있지 않고 동동 뛰어다녀 땀 범벅인 아이가 콧물까지 흘리고 있으니 꾀죄죄한 게 말이 아니었다.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을 생각은커녕 빨아 마시고 들여 마시는 아이에게 “아이고, 지저분해!” 하며 호들갑을 떨면 엄마의 그 모습이 우스운지 아이는 깔깔대며 더 훌쩍거렸다.
콧물 닦아주려고 휴지 들고 쫓아다닌 지 며칠. 무슨 여름감기가 이리 오래 가나 싶었다. 콧물이 살짝 줄어드는 것 같더니 이번엔 콜록콜록 기침이 잦아졌다. 약 안 먹이고 그냥 낫게 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래 가는 것 같아 혹시나 해서 주말에 소아과엘 데려갔다. 의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기관지염이 좀 심하네요” 했다. 단순 감기가 아니란 소리였다.
기도와 기관지는 코로 들어와 폐로 가는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기는 주로 기도 윗부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린다. 거기 있던 바이러스가 점점 목 아래쪽으로 내려가 기도 아랫부분인 기관지에까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게 기관지염이다. 감기나 기관지염이나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같지만 감염되는 위치가 다른 것이다.
보통 감기와 기관지염 증상의 가장 큰 차이는 가래다. 가래가 있는 기침을 2~3주 이상 계속하면 기관지염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를 데려간 소아과에서도 의사가 “가래 잡아주는 약 넣었으니 꼬박꼬박 먹이세요” 했다. 아이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서면서 콧물 나고 기침 하니 감기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이 넘기려 했던 게 못내 뜨끔했다.
감기는 많은 엄마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오래 가는 병도, 자주 걸리는 병도 아니다. 이용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감기는 심한 증상이라도 3일 이상 계속되지 않고,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는 저절로 낫는다”며 “오래 가고 자주 반복되는 콧물이나 기침은 감기가 아니라 다른 호흡기 질환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할 수 있다는 것. 어른은 1년에 평균 2~4번, 어린이는 6~10번 정도 감기에 걸린다. 이 교수는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아이라면 한번쯤 건강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감기와 헷갈릴 수 있는 병으로 기관지염 말고도 비염과 만성부비동염(축농증), 천식, 편도선염, 결핵, 폐렴 등이 있다. 과자 부스러기나 땅콩 같은 견과류 조각이 식도가 아니라 기도로 들어가 기관지 속에 달라붙어도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기침을 하고 열이 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