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이 약 1억44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가 늘고 생활여건이 나아지면서 돼지고기를 포함한 고기 소비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 전세계 고기소비량은 2000년보다 72% 늘어날 거란 예측도 나온다.
문제는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 축산방식은 지구에게 부담스럽다. 쇠고기 1㎏을 얻으려면 물 15.5톤과 곡물 7㎏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축의 방귀나 트림에 섞인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이다. 전세계 가축이 도축 전까지 뿜어내는 가스가 전체 온실가스의 15~24%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을 해치는 고기 생산방식의 대안으로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키운 고기(Lab grown meat)'라 불리는 '배양육(cultured meat)'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배양육은 말 그대로 연구실에서 동물의 근육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다. 채취한 세포를 영양분과, 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이 섞인 배양액에 넣어 고기를 만든다. 동물의 실제 살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콩 단백질로 만든 인조고기와 다르다.
199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식약청(FDA) 승인을 받아 가장 먼저 개발을 시작했다.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배양육은 2000년 한 생명공학컨소시엄이 금붕어 세포를 이용해 만든 생선 살코기다. 이후 NASA도 칠면조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2009년 네덜란드에선 돼지 세포로 배양육을 생산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산업진흥본부 김영붕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연구하고 있지 않지만 축산농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로 만드는 것도 가능
그럼에도 배양육은 각광받고 있다. 2009년 미국시사잡지 타임이 선정한 놀랄만한 아이디어 50선에 꼽혔을 정도다. 지구에 해를 덜 끼치고 고기소비량을 충족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 따르면 배양육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기존 축산방식의 4%에 불과하다.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롭고 광우병,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을 걱정할 일도 없다.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등을 첨가하면 다른 영양분까지 얻는 기능성 고기가 된다.
잘 분화하지 않는 근육세포의 단점은 줄기세포로 극복할 수 있다. 김동욱 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줄기세포는 주로 치료목적으로 쓰이지만 근육으로 분화시켜 고기를 얻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배아줄기세포보단 일반 세포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가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긴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다.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키기가 어렵고 윤리적인 문제도 뒤따른다.
이런 소식은 동물보호단체가 배양육 개발을 독려하는 진풍경까지 낳았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PETA)'은 내년까지 상업화할 수 있는 배양육 기술을 만들면 상금 100만달러(약 10억5,000만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인체안전성 검사 철저히 해야
PETA의 바람과 달리 상업화는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현재 기술로는 쇠고기 250g을 얻는데 수십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고기의 풍미를 더하는 뼈와 지방이 없고, 유전자변형식품(GMO)처럼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장호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배양육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는 만큼 상업화하기 전까지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결과를 소비자들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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