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비리와 금감원 낙하산 감사의 유착, 분식회계 및 부실대출로 수십조원이 넘는 대형금융사고를 저지른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노후자금과 생활자금의 대부분을 날린 서민들의 피눈물을 닦아 줄 의무가 있는 국회는 증인채택의 샅바싸움으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경제양극화를 가져온 IMF 외환위기나 수년전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따지고 보면 금융이 저지른 대형사고다.
선한 영향력과는 거리 먼 금융
금융이 무엇이기에 서민들을 이토록 괴롭힌단 말인가. 원래 금융은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차주)에게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대주)이 돈을 빌려줌으로써 생산가능영역을 최대한 확대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더 큰 효용을 얻게 하고, 차주가 대주에게는 그 대가로 이자를 지급해 모두가 윈윈하는 매우 큰 순기능을 하는 제도이다. 그렇게 돈이 돌아 국민경제 전체에 피를 통해 온몸에 영양분이 골고루 전파되듯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되게 하는 것이 바로 금융인데, 동맥경화증처럼 혈관이 막히거나 당뇨병처럼 피가 온몸 모세혈관에 퍼지지 않거나 패혈증처럼 피속에 세균이 침투하면 치명적이듯이, 금융이 탐욕이나 비리로 고장이 나면 국민경제가 절단이 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국들은 금융을 바로 세우기 위해 금융감독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혁할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청을 신설해 소비자보호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나아가 월가는 반성을 통해 금융의 본 기능을 살리기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미션인 임팩트금융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임팩트금융이란 재무적 수익을 넘어 사회혁신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금융을 말하는데,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사회문제들은 선한 사회적 미션을 갖고 접근하는 기업가들의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의 역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무장한 착한 금융이다. 하지만 임팩트금융이 자선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부금융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문제 국가(저개발국)나 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친화적이고 금융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것으로서 원금보전은 물론 재무적 수익을 넘어 비금전적 사회적수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J. P. 모건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오도노휴는 임팩트금융이 그 목표와 대상으로 인해 충분히 새로운 투자대상으로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팩트금융의 성공사례는 무수히 많은데, 미국의 CDFI(지역개발금융기관)이나 영국의 녹색금융과 같은 선진국 모델 등의 수많은 사례들은, 앞으로 임팩트금융이 금융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투자대상으로서도 수십조 달러가 몰려드는 엄청난 각광을 받을 것을 월가의 투자은행들과 록펠러재단같은 비영리기구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금융의 4대천왕이라고 불리는 자금력 막강한 금융지주사를 비롯해서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심지어 대부업까지 과연 이들이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오히려 이들로 인해 정경유착과 지배구조의 비민주화, 가계부채의 급증, 신용불량자 양산, 도덕적 해이와 비리의 창궐, 예금자 파산, 국민혈세 낭비 등의 문제가 더 생긴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그들만의 한심한 리그 벗어나야
이제 우리도 금융산업이 자기 배만 두드리는 그들만의 리그를 버리고,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우리 사회의 무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정적 이미지를 버리고 환골탈태하는 임팩트금융의 정신을 경영에 접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부터 금융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정립하고 금융을 바로세우는 정책에 매진해야 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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