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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17> 비운의 결혼식, 프린세스 다이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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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17> 비운의 결혼식, 프린세스 다이애나

입력
2011.07.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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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7월 29일, 타는 태양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군중들이 영국 세인트 폴 대성당 앞에 운집해 있었다. 지구촌 7억 명의 시청자들도 이제 곧 시작될 세기의 결혼식을 지켜보기 위해 TV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7m나 되는 실크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차에서 내린 20세기 동화의 주인공은 갓 스무 살을 넘긴 수줍은 처녀 다이애나 스펜서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다이애나는 영국 왕위계승 서열 1위이자 12살 연상의 찰스 왕세자 품에 안겼고 버킹엄 궁 발코니에서 왕실 최초로 공개 키스를 나눴다.

전 세계의 연인들이 아낌없는 축복을 보냈지만 이들은 더 이상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찰스는 다이애나와의 결혼 후에도 과거 연인이었던 유부녀 카밀라 파커볼스와 관계를 유지해왔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지위에 대한 강박감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다이애나는 시어머니인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푸대접에 맞서며 몇 번의 자살까지 시도했다.

92년 불행한 결혼 생활을 낱낱이 폭로한 '다이애나 그녀의 진실'을 발간하고, 94년 BBC를 통해 왕실에 저항한 다이애나는 결국 96년 8월 이혼과 함께 왕족의 지위를 잃었다. 왕세자비의 굴레를 벗은 다이애나는 지뢰 퇴치와 에이즈 예방운동에 전념하며 봉사를 향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뿐,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97년 8월의 마지막 날, 새로운 연인이던 이집트 재벌 2세 도디 알 파예드와 파리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이들을 쫓던 파파라치를 피해 과속하던 자동차는 터널에 들어서며 기둥과 벽을 들이받고 대파됐다. 이 사고로 운전사와 도디 알 파예드가 현장에서 사망했고 병원으로 이송된 다이애나도 끝내 숨을 거뒀다.

그녀의 아들이자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가 4월 평민 출신의 케이트 미들턴과 30년 만에 다시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자신의 장례식이 열렸던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누구보다 이 결혼식을 축복했을 사람이 바로 다이애나가 아닐까.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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