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의 탈세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25일 권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권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기는 국세청 고발 이후 100여일 만으로, 국세청은 지난 4월 역대 최대규모인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9,0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권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1시49분 출석한 권 회장을 상대로 국내에 사업 기반을 두고도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자산을 국외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려 탈세했다는 고발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권 회장은 이에 대해 "홍콩에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이달 8일 추징세액 납부를 거부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시도상선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 조선업체와 선박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리베이트를 챙기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검찰은 시도상선과 조선사간 자금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6일 조선사들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시도상선이 대형 보험업체들과 손해보험계약을 맺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조사 과정에서 허리디스크와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을 호소해 6시간여 만에 조사를 끝내고 일단 귀가시켰으며,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이 중요 피의자를 소환하고도 반나절 만에 돌려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권 회장은 '탈세 혐의를 인정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달 들어 시도상선과 우리은행과의 거래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 전산담당 자회사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시도상선 서울사무소와 조선업체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한편 권 회장은 정식으로 선임한 변호인 이외에 검찰 최고위직 간부 출신 변호사 3명으로부터도 수억 원씩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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