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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바람 태풍일까 미풍일까/ 내년 총선 PK지역 야당 승패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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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바람 태풍일까 미풍일까/ 내년 총선 PK지역 야당 승패가 변수

입력
2011.07.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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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의 행보가 새삼 시선을 끌고 있다. 문 이사장 자신이 직접 '대권'의 뜻을 언급한 바는 없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등 주변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야권 주자"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물론 문 이사장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권통합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 이상은 아직 모르겠다"고 알듯 모를듯한 말로 핵심을 피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주기 추모제 직전인 5월22일 "(나의) 대망론은 현실성 없다"고 밝힌 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를 제치고 야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박근혜 대세론'의 대항마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점을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11.8%의 지지율을 얻어 손 대표를 0.5%차이로 앞섰다. 여전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37.9%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4ㆍ27재보선 이후 야권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손 대표를 제쳤다는 것은 적잖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친노 세력의 적극적 지지 속에 부상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4ㆍ27재보선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대안카드라는 성격도 있다. 문 이사장 스스로도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상황이 답답하다 보니 대망론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발간돼 15만부 이상 팔린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도 지지율 급상승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정가는 문 이사장의 부상을 이렇게 단순한 일회성 현상으로 치부하지는 않는다. 유시민 대표와 함께 친노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고향이 부산ㆍ경남(PK)지역인 점, 야권주자 중 손 대표와 더불어 가장 합리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엄청난 폭발성을 가진 '잠룡'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 문 이사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 그는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면서 "야권통합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장 총선 출마 등의 가시적인 변신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문 이사장 주변에서도 "큰 꿈을 위해서는 총선 출마 등 개인적 변화보다 야권 통합과 총선에서의 야권 후보 지원 등으로 스케일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당장은 문 이사장이 급격한 변신보다 야권통합을 위한 주도적 역할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의 PK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야권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점에서 야권통합과 내년 총선 결과가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누구나 현실 정치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를 지원할 우군이 필요한데, 문 이사장 입장에서는 이를 야권통합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노세력의 집합체로 여겨지는 국민참여당에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지만, 원내 의석이 단 한석도 없는 미니정당으로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총선 결과도 그에게는 현실정치의 문을 여느냐 여부가 달려있는 문제다. 그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향지역에서 야권 주자가 한나라당에게 패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가 총선에서도 침묵을 유지한다면 또다른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여야가 혈전을 벌이는 선거현장을 모른 체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섣부른 그림을 그려보면 이렇다.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이를 전후한 야권통합에서 문 이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하면서 내년 통합정당의 대선주자 경선에 나온다면 PK지역과 수도권 중심 친노세력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야당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아직 가상에 불과하다. 유시민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 문제에서 쉽지 않은 야권통합 문제, 불리한 구도 속의 민주당 주자와 경쟁 등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 때문인지 문 이사장은 "정치세계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내공을 쌓아 검증 받은 후보들이 많은데 어느 날 갑자기 정치권 밖에서 등장한다고 되겠느냐"라고 정치권 진입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히고 있다. 문 이사장을 잘 아는 민주당 인사도 "정치를 안 하겠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역시 이도 현재의 이야기일 뿐이다. 김형준 국민대(정치학)교수는 "야권이 바라는 대로 부산ㆍ경남에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면 문 이사장은 그 결과를 보고 자연스럽게 결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 이사장은 최근 자서전 발간에 맞춰 이달 29, 30일 작가와의 만남 형식으로 '북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고 다음달 26일에는 부산에서 비슷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중접촉이 늘면서 지지율은 자연스레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20%가까이 올라갈 경우 문 이사장도 모종의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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