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불청객이 보이지 않는다. 도심의 열섬효과가 두드러진 서울의 열대야 이야기다. 통상 이맘때면 불면의 밤에 시달렸지만 올해만큼은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쾌적한 밤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10년 평균(2001~2010) 열대야 시작일은 7월 22일. 지난해는 7월 18일 열대야가 찾아왔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 폭염이 본격화한 지난 18일, 19일, 20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각각 24.6도, 24.7도, 23.6도로 여름 밤 치곤 서늘했다. 같은 기간 낮 최고 기온은 34.1도로 낮과 밤 기온차이는 무려 10도에 달했다. 이처럼 서울을 비롯한 중부권이 그간 열대야 무풍지대에 속한 반면 제주(12일) 서귀포(10일) 포항(9일) 장흥(6일) 대구(5일) 밀양, 광주(4일) 등 주로 동남부지역은 열대야에 크게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지역차별이 생긴 것일까. 열대야는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열을 머금고 있는 보온 효과로 밤이 되더라도 열이 식지 않아 열대야가 쉽게 발생한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한반도 여름기후의 속성상 열대야는 피할 수 없는 특징인 셈. 하지만 최근 태풍 망온의 영향으로 불어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해져 중부지역을 감싼 반면 동남부는 그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분석관은 "여름철 낮 기온은 일사량에 영향을 받고 밤 기온은 습도에 좌우된다"며 "서울 등 중부지역의 경우 18일부터 폭염이 찾아왔지만 고온건조한 동풍의 영향으로 열대야가 일시적으로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무더위가 본격화하는 이달 말부터 서울 등 중부지역도 열대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진기범 예보국장은 "다음주 대륙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다툼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져 화, 수요일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다"며 "기온도 다소 내려가고 구름도 많이 껴 열대야는 7월 말, 8월 초나 돼야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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