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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 매몰 사고… 5남매 남긴 채 소박한 행복도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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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 매몰 사고… 5남매 남긴 채 소박한 행복도 묻혔다

입력
2011.07.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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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무엇보다 아끼던 5남매를 두고 먼저 가다니…"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P씨(42)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울로 일하러 갔던 남편이 붕괴사고로 매몰돼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 15개월 된 막내 아들을 업고 P씨는 인천에서 서울 천호동 붕괴사고 현장으로 한숨에 달려갔다. 같이 매몰된 이모(58)씨의 구조작업이 벌어지는 사이 함께 묻힌 남편 김모(46)씨는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P씨는 구조현장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하늘도 무심하게 건물 붕괴 30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9시 30분 남편 김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P씨는 망연자실 눈물만 계속 흘렸다.

숨진 김씨가 다문화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씨는 페루 출신인 부인 P씨와 16년 전 소개로 만나 결혼한 후 슬하에 5남매를 뒀다. 빠듯한 살림에도 김씨는 부인과 함께 5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숨진 김씨의 형은 "동생은 살림이 팍팍해도 자식들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며 손 한번 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붕괴사고 당시 김씨는 같이 매몰됐다 숨진 이씨를 따라 인천에서 서울 천호동의 작업장을 찾았다 참변을 당했다. 이날은 김씨가 이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이었다.

같이 일하던 11명의 인부는 건물 바깥쪽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건물 안쪽에서 하수구 매설작업을 하던 김씨와 이씨는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김씨의 형은 "원래 동생은 다른 작업장에서 일할 예정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다른 인부 대신 왔다고 들었다"며 "그 많은 아이들을 두고 먼저 떠난 동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울먹였다.

가장인 김씨가 세상을 등지면서 여섯 식구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P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15개월 된 아들과 외국인 신분 때문에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처지다. 더욱이 중학교 3학년인 큰딸을 비롯해 5남매에게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했던 한 소방관은 "시신을 찾은 뒤 가족들에게 사고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다들 울고 있어 입이 안 떨어졌다"며 "사정이 너무 딱해 눈물이 나올 뻔 했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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