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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욱의 이 사람]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서울대 교수 김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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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욱의 이 사람]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서울대 교수 김난도

입력
2011.07.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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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약… 의식 없다" 눈총보다 20대의 불안에 눈맞추고 싶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쌤앤파커스 발행)가 끊임없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내용의 이 책이 지난해 말 출판돼 3~4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는데,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더니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현재까지 90만부가량이 팔렸고,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8월 말에 100만부를 돌파할 것으로 출판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은 중국, 일본, 대만, 이탈리아 등 4개 국에 수출까지 돼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읽히게 됐다. 어린이책이나 문학책이 아닌 에세이의 저작권이 수출되는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요즘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만큼 책이 많이 팔린 데는 기성세대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젊은 세대의 무언가를 이 책이 건드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세를 올리고 있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방학 중인 지금 김 교수는 중국 소비자들의 동향을 다룬 '트렌드 차이나'라는 제목의 책을 쓰기 위해 준비 작업 중이라고 했다.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가장 큰 소비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다룬 이 책을 그는 이르면 연말에 낼 생각이다.

_ 전공보다도 로 널리 알려졌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다."

_ 올해 상반기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정말로, 겸손이 아니고.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써온 작가도 아닌데 요즘도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학과 교수라는 본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를 많이 쓰고 있다. '트렌드 차이나'에 몰두하는 것도 그렇다."

_ 전공과 관련된 내용도 아닌데 어떻게 해서 이 책을 쓰게 됐나.

"교수는 연구, 사회봉사, 학생 가르치는 일 등 세 가지가 본연의 업무인데 그 중 가르치는 일이 제일 좋았다. 그런데 수업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직업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학생들이 걱정이 없어 보여도 그런 열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04년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있을 때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미니홈피에 '슬럼프'라는 제목의 글을 별 생각 없이 올렸다. 그 글이 이른바 '펌질'을 받아 온갖 인터넷 홈페이지나 게시판에 인용됐다. 수천 개는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 시간 있을 때 그런 주제로 글을 몇 개 써서 갖고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찾아와서 책을 엮어보자 했다. 기존에 썼던 게 3분의 1, 강의시간에 말로 했던 것을 글로 옮긴 게 절반 이상이고, 책을 내기 위해 새로 쓴 것이 나머지다."

_ 처음에는 3개월에 5만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들었다.

"사실은 출판사도 최대 5만부로 생각했다. 요즘 출판 불황이라 1만부 이상 팔리기도 어렵다. 나의 대표작인 도 5만부는 턱도 없다. 수필로 어떻게 5만부를 팔 수 있겠나. 그런데 벌써 100만부를 목표로 하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

_ 그렇게 많이 읽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젊은이들이 아파하는 지점을 잘 짚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두번째로는 그 동안 나온 책들이 자기계발서라고 해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이렇게 해라' '이게 법칙이다'라고 하는 내용들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사실 지나서 생각하면 대학 생활이 인생에서 제일 축복받은 기간이다. 그러나 그건 어른들 생각이고, 애들은 제일 힘든 시기다. 고교 때는 분명히 엄마가 대학 가면 다 해결된다고 했는데, 대학 와 보면 아닌 거다. 진짜 더 엄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걸 공감해주고 싶었다. 나의 가장 중요한 코드는 공감이다. 공감을 얻자니까, 내가 마냥 잘난 게 아니고 나도 너희들만할 땐 정말 똑같이 힘들었다, 이게 내가 말하고자 한 본질적인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눈높이를 청년들과 맞추고 명령이나 강권이 아니라 공감하려 한 것이 어필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_ 책머리에 '아들 준에게' 라고 썼는데.

"아들이 고3이었다. 우리 애도 대학생이 되는데, 내가 남의 자식은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는데 내 새끼 하나 건사하지 못해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아들에게 쓰는 심정으로 썼다. 나는 내 새끼한테 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남의 자식에게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남의 자식한테는 학벌에 신경 쓰지 말라면서 내 아들한테는 좋은 대학 가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내 아들한테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러다 보니 보수적인 내용도 들어갔다."

_ 내용이 성공지향적이라는 지적이 그것인가.

"나는 내 아들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럼 남의 아들도 성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솔직하고 싶었다."

_ 책을 보면 특히 젊은이들의 불안감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경험했던 바로는 20대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의 키워드를 딱 하나 고르라고 하면 '불안'이다. 실패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것이다. 스물이라는 나이는 우선 미래를 준비하는 나이라 앞으로 어떤 직장을 가질지, 어떤 삶을 살지 안 보인다. 서른이 되면 마흔 되면 뭘 하고 쉰이 되면 뭘 하겠다는, 스무 살 때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두번째 불안은 경계가 바뀌는 불안이다. 우리나라의 미성년은 부모로부터 문화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엄청난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성년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미성년을 탈출한 지 1, 2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사실 마음속으로는 불안하다. 그 불안이 당연한 것이므로 그 불안 때문에 자기의 가능성을 닫거나 하지 말고 그 불안을 치열함의 연료로 써서 더 열심히 준비하자는 게 핵심 메시지다."

_ 요즘 애들이 위로나 받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힘드니까 그렇다."

_ 옛날보다 힘든가.

"우리 때도 힘들었다. 그러나 힘듦의 종류가 다르다. 우리 때는 절대적인 가난, 군사독재, 가치관의 혼돈 같은 게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정치적으로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사회도 어느 정도 틀이 짜인 상태에서 태어났다. 뭐가 문제냐 하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_ 기회가 없다니.

"우리 때는 누구나 대충 취직이 됐다. 맨날 놀고 술 먹고 연애 해도, 원서만 내면 취직됐다. 나라가 빨리 크다 보니 기업도 빨리 성장해 승진도 빨랐다. 제일 대표적인 사람이 지금 대통령 같은 분이다. 요즘은 아무리 탁월한 인재가 있어도 30대에 사장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위에 꽉 차 있고, 신규 채용도 잘 안 된다. 요즘 애들은 우리나라가 부자일 때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 직업이나 가지라고 말하면 안 된다."

_ 정말 그런가.

"그렇다. 나는 우리나라의 1인당 GNP가 87달러일 때 태어났다. 그래서 먹고만 살면 됐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는 GNP 1만 달러일 때 태어났다. 그래서 1만 달러 벌어줄 수 있는 직업 아니면 의미가 없다. 부모들한테 물어봐도 자기 자식에게 외국인노동자가 하는 일자리를 해보라고 하면 그냥 놀리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훌륭한 일'이 필요한 것이다. 옛날에는 다 같이 못 살았으니까 상관없었으나 지금은 줄어든 기회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고통이 있다. 이것은 기성세대가 이해해주어야 한다."

_ 그 점이 기성세대와 젊은이의 차이인 것 같다.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유별나게 무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도 그 나이 때는 물렀다."

_ 젊은이들이 반값등록금이나, 취업난에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요즘 젊은이는 사고의 틀이 다르다. 386세대 이상은 모든 문제를 체제나 구조의 문제로 환원시켜서 생각해왔다. 사회에 가난이 있는 것은 누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내 여자친구 없는 것도 군사독재 때문이다 하는 식으로,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도 전부 구조의 문제로 환원해서 생각했고, 이걸 해결하려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돌을 던져 그 구조를 바꾼 경험이 있다.

그 이후의 세대는 그렇지 않다. 지금 젊은 세대는 구조적, 사회적 문제도 자신의 문제로, 자신의 스펙 문제로 환원시켜서 생각한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젊은 여자아이가 계속 취직을 못해 고민하자 박중훈이 '그거 네 책임이 아니야, 사회적 문제야, 왜 네가 고민하니'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두 세대의 시각 차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즘 아이들은 구조를 바꾸기보다 자기를 단련시켜 이 구조 안에서 성공하려고 하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인종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_ 인종이 다르다….

"표현이 너무 심하다면, 출신 사회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국민소득 100달러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과 1만 달러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다른 나라 국민이라고 봐야 한다. 굉장히 큰 오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변화가 격심한 나라에서 다들 자기가 20대일 적의 기준으로 지금의 스무 살을 본다. 그래서 20대, 넓게는 30대에게까지 자꾸 야단만 치려고 한다. 집안에서도 그렇다. '아빠가 너만 할 때는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면 가치관이 다르다. 젊은이들에 대한 어프로치가 달라져야 한다. 이들만의 문제, 해법을 같이 고민해주어야 한다. 나약하다, 투쟁의식이 없다, 분노하지 않는다, 개인적이다, 무조건 이렇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_ 수긍이 간다.

"요즘 아이들은 방을 다 혼자 쓴다. 형하고 같이 쓰라고 하면 난리 날 것이다. 과거에는 한 방에서 여러 형제들이, 때로는 부모님까지 같이 살았다. 이런 게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 그렇게 자란 애들이 수십 명이 같이 있는 내무반에서 같이 잠을 자니 사고가 안 날 수가 없다."

_ 그러면 젊은이들이 위로나 받으려고 한다는 지적은 핀트가 좀 빗나간 건가.

"그렇다. 잘못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지적은 아니다."

_ 강연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질문이 나오나.

"선택에 관한 것이다. 30~40대 분들도 많이 읽고, 질문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잡지와 인터뷰하는데 젊은 사진기자가 조직에서 계속 사진 찍을 것인가, 집안 살림 다 팔아 아프리카에 가서 꽃 사진 찍을 것인가, 물어보는 식이다. 20대들은 이런 직장으로 갈까 저런 직장으로 갈까, 심지어 여름방학에 제주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까 말까, 이런 것들이다."

_ 어떻게 대답하나.

" '그래, 네 꿈을 찾아가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 꿈이 정말 절실한 것인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라, 나태에 대한 구실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은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택이 끝난 후에 어떤 일을 했는지가 너를 만든다는 말을 힘주어서 많이 한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민할 때는 이쪽으로 가면 성공하고 저쪽으로 가면 망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선택만 생각하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한 다발 되는 종이 뭉치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게 나한테 온 편지와 이메일을 프린트한 것이다. 한번 읽어보라." 편지 뭉치는 요즘 보기 힘든데, 여학생이 아니라 군인들이 보낸 것이라고 했다. 군에서는 이메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병장들의 편지가 많다. "제대를 앞두고 마음은 벌써 사회에 가 있는데, 몸은 아직 병영에 있어 불안해한다. 사실 사회에 나와 부딪치면 해결될 문제들인데…." 트위터로는 하루 100명 정도가 메시지를 보내온다. 전부 읽어보지만 모두에게 답장을 할 수는 없고, 일부에 답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위터에도 가끔씩 답한다.

_ 어떤 느낌이 드나.

" '정말 어려운 처지에서 도움을 받았다' '지금 13번째 읽고 있다' 같은 내용의 편지나 메일을 받으면 굉장히 뿌듯하다."

_ 책에 보면 이렇게 해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글쎄, 자신 없다. 사람이라는 게 자신이 직접 겪지 못하면 깨닫기 어려운 것 같다. 남의 조언으로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진짜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아침형 인간'에 관한 책이 나왔을 때 그 책을 보고 진짜로 자기 습관을 바꾼 사람이 있고, 사나흘 해보다 평소로 돌아간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책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의 문제다."

_ 책이 중국 등 4개 국에 수출된다고 하는데.

"출판사에서 책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세계 에이전트에 뿌렸다. 4개 국은 출발인 것 같고, 특히 한류가 있는 곳,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에 더 팔릴 것 같다."

_ 그쪽 젊은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을 것 같다.

" '트렌드 차이나' 준비차 중국에 출장 갔다 왔다. 중국 젊은이는 다 독자다. 그들은 상의할 데가 없어, 너무 외로워한다. 두번째로는 부모님을 자기가 다 모셔야 돼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중국 젊은이들을 '소황제'라고 우리는 버릇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들도 불안과 고민이 굉장히 크다. 중국은 80년대생, 90년대생의 생각이 다를 정도로 우리보다 더 심하다."

_ 이렇게 많이 읽히는데 후속작 계획은.

"현재로서는 아니다. 내가 전문 작가도 아니고, 책을 위한 책은 쓰고 싶지 않다. 어쩌면 타깃을 바꿔서 다른 연령대를 위한 책을 쓸지는 모르겠다."

_ 올해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겠다.

"글쎄, 가을에 좋은 책이 많이 나오지 않겠나."

_ 인세도 많이 받겠는데.

"복권 맞은 것 같다. 좋은 데다 쓸려고 한다. 소비엔 큰 관심이 없다. 좋은 차, 좋은 옷 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소비가 전공이라, 소비가 굉장히 허망하다는 것을 남보다는 잘 안다."

_ 요새 명품 붐이 심하다고 하는데.

"2007년에 그러면 안 된다는 내용의 책 도 썼다. 소비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소비를 위해 존재하게 됐다."

_ 책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이면서도 그 주류에서 벗어난 이의 열등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렇게 말해도 할 말 없다. 나는 내가 좋다는 일을 하자, 어제와 오늘 좋았던 일이 아니라 내일 좋을 일을 하자, 이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살아왔다. 나는 내 선택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때는 법대가 제일 좋은 전공이라고 했는데, (내가) 행정고시 본다고 하니 별종 취급받았다. 사실 굉장히 열등한 길로 갔다. 행정고시 준비하다 교수 되겠다고 방송통신대 강사를 했는데, 왜 서울 법대 나온 놈이 강사 하면서 좋아하는지 남들이 이해 못했다. 교수가 되어서도 소비자학과의 메인은 소비자 보호 쪽인데, 소비자 행태나 트렌드 연구를 한다. 요즘 법대 선배, 친구 만나면 적성 찾아서 잘 갔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소비자 시대가 됐지 않은가. 요즘 1시간 강연하면 몇백만원 받는데, 대부분 거절하고 대신 책 쓴다고 중국 출장 가는 거 알면 사람들이 이해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뭔가 하려고 한다. 나는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진로를 바꿔왔다."

_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딱 하나만 꼽으면.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택 이후에 무엇을 했는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사람에겐 씨줄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날줄도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 씨줄만 생각한다. 더 좋은 전공을 고르고, 고시를 붙고, 변호사가 되고, 하는 건 다 씨줄 생각이다. 변호사가 되어도 자기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약하다. 요즘 학생들은 다 남들이 좋다는 데로만 몰려다닌다. 공대생까지도 로스쿨로 몰려다니니까.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서 자기만의 날줄을 엮을 수 있다면 미래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김난도 교수는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좋은 선생이란 학생들을 꿈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란도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학생들이 직접 평가하는 '서울대학교 우수 강의'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인의 소비 트렌드를 추적한 시리즈를 2009년부터 해마다 한 권씩 써내고 있다.

남경욱 선임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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