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모초등학교 급식실에서 19년째 조리원으로 근무하는 이모(57)씨는 다음달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 학교장이 학교계약규정 상 정년이 57세라며 해고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편과 사별해 가장 노릇을 하는 이씨가 "무기계약자의 정년은 60세로 지방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교장은 "교육청 권고사항일 뿐이다. 급식실에 나이 많은 분들만 있어 젊은 조리원을 고용해야 한다"고 거부했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임금은 교육청이 지급하지만 정작 고용계약은 학교장과 직접 해야 해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계약 여부가 학교장에게 달려 있어 2년, 6개월 단위로 학교를 옮겨야 한다는 점 ▦계약기간 동안 어떠한 항변도 하지 못한다 점 등을 호소한다.
우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정년도 학교마다 50세, 53세, 55세 등 제 각각이다. 서울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 등이 올해 들어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책의 일환으로 무기계약자의 정년을 60세로 지방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개별 학교에 권고한 바 있지만 학교장이 따라야 할 강제 근거는 없다.
병가, 수당 등 각종 근무조건도 천차만별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보조원으로 일하는 조모(47)씨는 "지난해 근무 중 장애학생에게 떠밀려 계단에서 굴러 다리 인대가 늘어나는 등 크게 다쳤지만 지방공무원에게 60일인 휴가가, 우리 학교에서는 비정규직의 경우 6일에 불과하다고 해 치료를 제대로 못했다"며 "학교장이 직접 사용자가 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원이 법정휴가, 야근수당 등을 제대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교육기관회계직(비정규직)노동조합연합(전회련)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비정규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공공기관 중 가장 처우가 열악한 학교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가 아닌 교육청의 직접고용 ▦전임학교 경력을 임금에 포함하는 호봉제 실시 ▦ 토요일 유급 실시 ▦정규직 전환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12만명 정도에 이른다. 이들은 최근 들어 세 규합에 나서 지난해 10월 전남, 올해 경북, 부산 등에서 잇달아 노조를 설립하고 있다.
이시정 전회련 사무총장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학교장과의 계약관계 외에는 어떠한 고용상의 제도적 보호 장치도 없다. 불합리한 처우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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