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6자회담으로 가자.'
2년7개월 만에 만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의 결과다. 양측은 2시간여 동안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생산적이고 유익한 대화'를 나눈 뒤 6자회담 재개에 노력하자는 데 뜻을 함께 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다자 회의체인 6자회담이 다시 굴러갈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22일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대화는 주로 비핵화 문제에 집중됐다. 정부 당국자가 회담의 성격을 "남북 간 첫 비핵화 회담"이라고 설명한 점이나, 리 부상이 회담을 마친 뒤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용의들이 표명됐다"고 밝힌 점이 이를 방증한다.
리 부상이 "9ㆍ19 공동성명을 확고히 이행하기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한 점에서 양측은 우선 9ㆍ19 공동 성명 이야기로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이 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특히 이날 남북 회담에선 북핵 뿐 아니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남북한 긴장을 고조시킨 사안들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제기해야 할 이슈는 모두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핵화 회담이 주된 부분이었으나 그 부분만 얘기된 것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로 잘못 알고 오해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 이해도를 높였다"며 "양측의 입장에 대해 경청하며 상호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 본부장은 리 부상에게 북핵 프로그램 폐기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ㆍ경제지원 등을 일괄 타결하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정책에 대해 설명, 북한측의 오해를 다소 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도 북한이 남북대화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을 소득으로 내세웠다.
일단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리면서 6자회담 재개로 가는 돌파구는 마련됐다. 특히 비핵화와 관련해 2년7개월만의 남북 접촉이란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우리가 줄곧 주장해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접근방안(남북대화_북미대화_6자회담)의 첫 걸음을 떼게 됐다는 함의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북한이 이번 남북 회담을 북미 직접 대화로 가기 위한 형식적인 통과 의례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측의 '남북대화-북미회담-6자회담' 주장에 대해서 미국과 중국이 손을 들어주자 마지못해 남북 대화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북한이 6자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북제재 해제나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등을 요구할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미궁에 빠져들 수 있다.
발리=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