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22일 남북간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성사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당장 한반도의 해빙무드를 떠올리기엔 성급하지만 남북관계가 숨통을 트는 중대 모멘텀이 형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8월 중 남북관계가 좀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날 발리에서의 남북회동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홍 대표가 신임 지도부와 함께 지난 13일 청와대 방문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40분간 독대하면서 나눈 대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물론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6자회담 재개를 향한 흐름이 남북대화를 추동하는 식으로 선순환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내달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유화적 메시지가 나오는 식으로 긍정적 대북 시그널이 제시된다면 남북관계가 유화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부분도 다시 테이블 위에서 논의될 수 있다.
현재 남북관계가 꼬인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는 비핵화 지연에 따른 핵문제가 외부적 요인이라면 천안함•연평도 사건 매듭여부는 남북갈등의 직접적 요인이다. 이 중 풀기 어려운 후자는 표면적으로는 일단 보류한 채 비핵화 현안에서 활로가 생겼다는 점이 낙관론의 근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풀릴 시나리오 중 하나가 남북이 민감한 현안을 자극하지 않고 비핵화회담의 분위기부터 잡아가는 것이었는데 이게 현실화 됐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급속도로 희망적인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남북접촉의 '훈풍'이 29일로 예정된 금강산내 남측 재산정리를 위한 3차 협의에 반영된다면 긍정적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 된다. 남한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3년째 중단중인 금강산 관광재개 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번 접촉은 남북대화부터 하라는 국제사회가 내건 조건을 북이 클리어 해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내년 강성대국 실현과 김정은 후계구도, 식량지원을 끌어 들여햐 하는 문제 등 북이 밖으로 나오기 위한 출구일 뿐이어서 남북관계 개선을 속단하긴 힘들다"고 짚었다.
결국 북한이 남은 과제인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 계속 종전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남측 비방을 거두지 않을 경우, 모처럼 찾아온 남북 해빙무드는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이 대화를 향한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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