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올해 처음 제정한 '아름다운 납세자상' 33명을 선정하고 22일 시상식을 가졌다. 수상자 모두 어려움 속에서도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중소기업인과 개인사업자들이다.
제주에서 세탁업체 한라산업을 경영하는 김창기(56) 대표가 좋은 사례다. 1990년대 후반 호텔 세탁물량을 수주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김 대표에게 1997년 말 찾아 온 외환위기는 모든 삶을 한꺼번에 바꿔놓았다. 사업 확장을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설비를 들여왔지만, 일거리는 오히려 줄어 쌓인 빚이 20억원에 달했다. 내지 못한 세금만도 10억원을 넘었다. 무너질법도 했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더욱 일에 매달렸다.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사채까지 얻으면서도 세금만은 분할로 갚아나갔다.
다행히 외환위기 이후 제주를 찾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일감도 덩달아 늘었다. 공장과 설비 증설이 약이 됐다. 결국 김 대표는 2001년 빚과 밀린 세금을 모두 정리했다. 그가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되갚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다.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해 현재 직원 73명 가운데 52명(71%)이 장애인이다. 지금도 매일 출ㆍ퇴근이 어려운 장애 직원을 위해 손수 25인승 버스를 운전한다. 그는 "더 열심히 살라고 주신 상 같아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박윤규(46)씨는 19세 때 철도공무원으로 일하다 열차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겨우 살아난 그는 이후의 삶을 '제2의 인생'으로 삼았다. 포기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해 치과대학에 들어갔으며 졸업 후엔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있다. 가정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도소 재소자에게 무료 틀니 시술을 하는 등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어가고 있다. 세금은 단 한 번도 체납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 주민 12명이 "아름다운 납세자상 후보 추천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라며 적극 추천해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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