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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귀족 노조의 휴양 파업" "성과급 가장한 구조조정"… SC제일銀 장기 파업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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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귀족 노조의 휴양 파업" "성과급 가장한 구조조정"… SC제일銀 장기 파업 속내는

입력
2011.07.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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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이 은행권 최장기 파업 기록을 연일 늘려가고 있다. 기존 기록(2004년 한미은행ㆍ18일)은 이미 지난 15일 깨졌다. 이 은행 노조원 2,700여명은 지난달 27일 파업 시작 이후 강원도 속초의 한 콘도에 머물다가 최근 인근 다른 콘도로 옮겼다.

놀라운 건 파업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3,000명 가까운 노조원 중 이탈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노조원들은 주말에 잠시 집에 들렀다가도, 다시 속초 숙소로 돌아오는 생활을 4주째 반복하고 있다. 하루 일과도 단조롭다. 기상과 식사, 외부 강연 청취, 봉사 활동, 집회, 토론, 취침 등의 순환이다. 콘도 이용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밥도 손수 해먹고 빨래도 직접 한다. 파업 시작 전 준비한 자금이 40억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노조는 속초에서 한 달은 더 버틸 수 있다.

고임금 직종인 은행원 파업과 관련, 일반 여론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은행 이용에 불편을 겪는 고객 등 일부에서는 '귀족 노조의 휴양 파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파업사태가 외국계 자본의 횡포에 맞선 노조의 저항이라는 구도로 진행되면서 동정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SC제일은행 노조의 표면적 파업 이유는 성과급제 도입 반대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속사정이 얽혀 있다.

먼저 성과급제 도입. 파업에 참여 중인 한 노조원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일 잘한 사람 더 주고, 일 못한 사람 덜 주겠다는 성과급제에 무슨 문제가 있나'는 물음을 올린 뒤,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파업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회사가 도입하려는 급여 체계는 성과급제로 포장된 구조조정제"라고 답한다. 최하위 등급을 받아 연봉이 반토막 날 경우 20~30년 일해 쌓은 퇴직금도 대폭 줄어들 게 되는데, 이 때 사측이 "은행 그만두고 퇴직금이라도 보전하라"고 권하면 듣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노조원은 'SC제일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이 은행권 최고'라는 통설도 적극 반박한다. ▦경쟁은행 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외부 출신 임원에게 지급된 고액 연봉까지 수치에 포함됐고 ▦최근 10년간 신입 행원을 충원하지 못해 직원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바람에 나타난 왜곡된 수치라는 것이다. 요컨대 동일 연령ㆍ동일 직군으로 평가한다면, 오히려 은행권에서 연봉이 가장 낮다는 반론이다.

파업의 근본 원인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서구식 문화를 강제 이식(移植)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의 주요 임원 가운데 과거 제일은행 출신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비슷한 처지의 외환은행보다도 훨씬 낮다. 유형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핵심 보직을 SC본사 출신이나 그들이 영입한 외부 인력이 독차지하는 것에 대한 기존 직원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수십 년간 유지돼온 임금 체계까지 손 대려 하자 파업이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휴양 파업'이란 비난까지 감수하며 속초까지 간 것에도 대해서는 ▦2,800여명을 모두 수용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고 ▦불법 파업의 빌미가 되는 '영업 방해'도 피해야 했던 데다 ▦사측의 회유로부터 가능한 한 노조원을 멀리 떨어뜨려 놓을 필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노조는 22일 종로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3일 출국하는 노조 대표단이 런던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사를 방문, 원정 투쟁을 벌이겠다"며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과의 면담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혀 파업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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