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나이스(NEISㆍ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중고교생의 대규모 내신 성적 오류 사태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오류가 발생한 올해 1학기 내신 성적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대학 수시모집에 반영되기 때문에 대입의 공정성과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성적 정정으로 인해 석차가 당초 받은 성적표보다 내려갔거나 내신 등급이 하락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성적 오류를 둘러싼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는 다음달 1일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입학사정관 전형 등 대입 수시모집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다음주 중 성적 정정을 완료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새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오류가 수정된 프로그램이 일선 학교에 새로 깔리고, 교사들이 새 성적 산출 작업을 하게 된다. 새 성적표는 정정 대상자에게만 발송해도 되지만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필요할 경우 전체 학생의 성적을 재발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파악한 성적 정정 대상자는 추정치에 불과하고, 전국 고교 가운데 몇 곳이나 성적 정정이 필요한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가 나이스 시스템을 가동해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피해 학생의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오류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생겼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정부가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
성적 오류의 원인에 대해 교과부는 특정 수치나 조건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스코드 오류'라고 설명했다. 고교의 경우 동점자 처리 절차에 문제가 생겼고, 중학교에선 시험의 무단 결시생에 대한 최저 인정점수 산출 과정에 오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9등급 상대평가 방식인 현 고교 내신제도에서는 동점자에게도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석차를 매겨야 한다. 학교별로 그 기준이 달라 지필고사 성적, 수행평가 성적, 지필고사의 고배점 문항 정답자 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컴퓨터의 계산 오차를 보정하지 않아 착오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중학교의 경우엔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최하 인정점수가 학교별로 달라 이를 적용하는 방식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과부는 "개발 과정에서 자체 검증을 거쳤다"며 "오류 보정은 개발업체인 삼성SDS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이번에 발견된 오류는 수정됐고, 올해 3월에 도입된 차세대 나이스 시스템은 이미 한 사이클을 돌면서 운용해 봤기 때문에 안정화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학기가 되면 나이스에 학부모 서비스, 교원능력평가 시스템, 급식 메뉴 등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들 요소가 들어간다면 프로그램의 충돌 등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성적 오류와 같은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