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이 21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2009년 총선거 때 '정책의 필요성이나 실현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고' 공약을 제시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올해 세수 40조 엔에 필요한 예산은 92조 엔에 달해 국채 발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정부로서는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그렇게 낮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오카다 간사장이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된 공약은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된 고속도로 무료통행, 고교 무상교육,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약 34만8,000원) 아동수당 지급, 농가보조금 등을 말한다. 한결같이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당초 토목 예산을 대폭 줄이고 공무원 인건비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또 고속도로 무료통행이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고, 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은 저출산 극복과 소비 진작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일본인의 불안심리와 저축성향 때문에 아동수당이 곧바로 장롱이나 은행으로 들어가버려 소비진작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재원 마련도 '토건족'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차질을 빚었다. 국채 발행 외에는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집권 2년 만에 과오를 인정한 일본 집권당의 처지는 최근 우리 정치권의 복지논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주당이 선도하고 한나라당이 뒤따르는 복지경쟁은 빈부격차 심화,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불공정한 시장질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국가부채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물론 그렇다고 복지는 모두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 또한 경계한다. OECD 국가 중 턱없이 낮은 복지수준과 청년실업, 사회안전망 미비 등의 현실과 국가재정 고갈과 부채 급증 우려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 집권당의 포퓰리즘 사과가 여야 모두에게 주는 교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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