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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한국일보 고충처리인/ 오보 삭제 힘들어… 기자들 사관의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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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한국일보 고충처리인/ 오보 삭제 힘들어… 기자들 사관의식 가져야

입력
2011.07.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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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보도한 한국일보 기사 삭제를 위한 내용증명'

지난달 한 독자로부터 위와 같은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우선 '내용증명'이라는 제목에 아연 긴장하면서 심상치 않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독자는 현재 국내 연구소에 재직 중인 연구원입니다. 그는 우연히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 7년 전 미국 기관에서 근무할 때 무죄로 마무리된 '실험샘플 절도죄 기소 사건' 기사에 자신의 실명이 아직도 거론되는 걸 발견했습니다. 당시 미국 판사는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기사 출처는 미주한국일보였습니다. 미주한국일보는 그 기사에서 그가 마치 혐의를 시인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연구원은 자신이 중죄인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과학자로서의 명성과 사생활, 인권이 침해됐다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그의 항변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주한국일보에 내용을 전달해 관련 기사는 삭제됐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몇 개 키워드를 덧붙여 입력하면 기사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되레 관련기사가 더 늘어났습니다. 지금 그 기사들은 없어졌지만 제목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그 원인을 찾는 중입니다.

이번 고충 건을 처리하면서 기사의 질긴 생명력과 인터넷의 무서움을 실감했습니다. 기자가 쓰는 기사는 예전에는 한정된 발행 부수의 종이 위에서만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빛 바랜 종이와 함께 잊혀져 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디서든, 어느 때든 부활할 수 있습니다. 일단 뉴스로 유통되면 설령 인터넷에서 삭제되더라도 누군가 다운로드 받아 블로그 등을 통해 퍼뜨릴 경우 영원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대가 이러할진대 기자들은 이제 기사를 작성할 때 과거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써야 합니다. 오보일 경우에도 어디에선가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언제 명예훼손 논란에 휘말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우리 시대의 사관입니다. 기자가 쓰는 기사는 한 줄 한 줄 소중한 역사자료입니다. 옛날 사관들은 기록의 정확성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허경회 고충처리인 02-724-2446, bige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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