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레코드가게가 있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거리를 풍성하게 채워주었던 1990년대까지도 거리엔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광화문. 7080세대인'우리'들에게 광화문만큼 상징적인 거리는 없을 겁니다. 광화문에는 레코드가게가 많았습니다. 음악깨나 안다는 친구들은 광화문 A레코드 가게가 단골이라고 자랑하곤 했으니까요.
그곳에서 우리는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와 벗님들의'당신만이'를 들으며 비로소 '트윈폴리오'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사실 트윈폴리오는 7080세대라기보다는 6070세대의 음악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밤을 잊은 그대에게> <0시의 다이얼>등 팝프로그램을 즐겨들었던 세대입니다. 팝송을 좋아해야 뭔가 좀 아는거고, 가요는 어른들의 노래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조용필이, 이치현이, 산울림이 그리고 이문세가 나타났던 겁니다. 밤을>
가요가 이렇게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불려지다니. 당시로선 충격이었죠.
7080세대는 처음으로 우리 가요를 팝송보다 더 좋아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음악뿐이겠습니까. 광화문에는 당시로선 꽤 세련된 레스토랑과 빵집도 있었습니다. 정동극장 근처의 유명 레스토랑 앞에가면 당시 유명 연예인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열애'의 윤시내와 탤런트 김자옥을 보고 얼마나 신기했던지요.
광화문에는 빵집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광화문 빵집은 '빵맛'보다는 '미팅장소'로 유명했기에, 교복을 입은 가난하고 소심한 우리들은 그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괜히 호랑이보다 무서운 학생주임 선생님 얼굴이 떠올라 발걸음이 바빠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는 유명한 분식집도 많았죠. 그때, 냄비우동에 들어있던 유부 몇조각과 반숙으로 익어나오던 계란은 가장 맛난 음식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우리'들은 중고등학생때만큼 광화문을 찾진 않았지만, 또다른 어느 거리에서'바람이었나''못다핀꽃한송이''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를 들으며 연애도 했고, 이별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광화문을 잊어버렸습니다. 현기증을 느낄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달리 광화문은 너무나 변화가 늦었습니다. 조용하고 지루한 그 거리는 매력을 잃어버렸던거죠.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어느날부터 7080음악이 다시 인기를 얻고, 세시봉열풍이 불었습니다. 다 잊고 살았는데, 새록새록 그시절의 추억이, 음악이, 아쉬움이 '우리'곁에 찾아온겁니다.
그래서일까요. KBS방송문화연구소에서 6월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요로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광화문연가>
이젠 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우리들의 그 착한 추억들은 노래로 남아 오래오래 사랑받고 있나봅니다.
KBS 해피FM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 PD
조휴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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