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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상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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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상한 '권고'

입력
2011.07.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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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부율은 영화관람수익을 배급자와 상영자가 나눠 갖는 비율이다. 지방은 5:5 이다. 문제는 서울이다. 외국영화는 6:4, 한국영화는 5:5로 다르다. 멀티플렉스 아닌 단관 시절, 서울에 있는 극장들이 인기 외화를 상영하려 경쟁하면서 자초한 차별이었다. 한국영화도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지만 스크린쿼터를 지키려 상영해주는 극장이 고마워 감수해왔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외화를 앞지를 만큼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이런 관행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극장부율 조정에 대한 요구가 거세진 것은 당연하다.

■ 이런 요구를 수용해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선안을 내놓았다. 한국과 외국영화. 서울과 지방 구분 없이 5.5대 4.5로 하거나, 개봉 첫 주에 배급자가 80%를 갖고 시간이 지날수록 비율을 낮추는 슬라이딩 방식을 권고했다. 갈수록 상영기간이 짧아져 웬만한 대작이 아니고는 한 달을 못 넘기는 상영 추세를 무시한, 도무지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미국식 슬라이딩 제도는 아예 논외로 하자. 부율 조정도 마찬가지다. 차별이 없어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배급이나 상영 주체 어느 일방에게도 이익이나 손실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란 영진위의 설명은 거짓이다.

■ 외화에서 더 받고, 한국영화에서 덜 받는 서울의 극장들은 상관없다 하더라도 지방극장들은 수익이 5% 줄어든다. 반면 한국영화는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지금보다 수입이 5%나 늘어나니, 누가 봐도 '챙겨주기'다. 한국영화 제작사들의 열악한 수익구조, 투자와 제작여건을 감안하면 무작정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것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려온 외화가 아닌, 좋든 밉든 한국영화를 함께 이끌어갈 '극장'의 돈이란 사실이다. 그 바람에 외화만 더 좋아지게 됐다. 서울에서 손해를 시장의 70%나 차지하는 지방에서 메우고 남기 때문이다.

■ 그 동안 미국직배 영화보다 극장들이 이익을 많이 챙겼으니,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영화는 적자인데, 극장은 이익을 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근거가 틀렸다. 한국영화의 수익률 저조가 극장부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가시장을 팽개치고 무너뜨리고 극장상영 수익에만 매달린 제작사 스스로의 책임이 더 크다. 영진위 역시 합리적인 부율에 대한 근거나 연구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생을 외면한 일방적, 주먹구구식 '권고'로는 설득시킬 수도, 따라오게 할 수도 없다. '넛지(nudge)'가 아니라 '억지'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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