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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카마겟돈과 플랭킹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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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카마겟돈과 플랭킹의 만남

입력
2011.07.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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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사람은 텅 빈 고속도로 위에서 무엇을 하는 걸까(사진1). 스티븐 에스테스(23)라는 미국 남성이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405번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팔과 다리를 곧게 뻗은 채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 남자의 자세도 기묘하거니와 한창 붐벼야 할 대낮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한 대도 없는 것이 이상하다.

에스테스의 행위는 소위 ‘시체놀이’로 불리는 플랭킹(plankingㆍ널빤지). 영국 젊은이 2명이 여행 도중 추억을 만들기 위해 길에 누워 사진을 찍은 데서 시작돼 2009년 소셜네트워크(SNS)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 놀이다. 자동차 위는 애교 수준이고 놀이기구, 쇼핑카트, 에스컬레이터, 심지어 낙타 등에서 한 플랭킹도 있다.

에스테스는 어떻게 교통체증으로 악명높은 LA 고속도로에서 플래킹을 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LA 서쪽지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405번 고속도로의 16㎞ 구간이 공사로 15일 자정부터 18일 새벽까지 전면 통제됐기 때문이다. 405번 고속도로는 평소 하루 50만대의 차량이 이용(사진2)해 거북이 운행을 하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16일에는 공사로 폐쇄돼 텅 비었다(사진3). 미국 언론들은 고속도로 폐쇄로 교통 대혼란이 야기될 우려를 보도하며 자동차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카마겟돈(Carmageddon)’이라고 칭했다. 에스테스는 “모든 출입구가 닫혀 있었지만 해가 질 무렵을 틈 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마겟돈을 추억을 만들 천재일우의 기회로 본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마 뒤 ‘플랭킹은 저리가라’는 제목의 속보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장식했다. 맷(29)-아만다(28) 코리건 부부와 대학친구 배리 닐리(31)는 17일 405번 고속도로에서 은식기와 촛대, 정장까지 갖추고 디너파티를 열었다(사진4). 비록 시간은 낮이었고 와인잔에 담긴 것은 주스였지만 사진만은 근사하기 짝이 없었다.

사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제공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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