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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국한혼용문보급회 7년째 나홀로 운영 김치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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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국한혼용문보급회 7년째 나홀로 운영 김치억씨

입력
2011.07.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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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이메일을 받았다. 기자가 쓴 칼럼을 한자를 혼용하여 완전히 바꿔서 보낸 것이다. "무례한 글발이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까 긍긍하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국한혼용문보급회'라는 곳에서 보낸 것이었다. 무슨 단체인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해 그 단체에 전화를 했다. 김치억이라는 분이 전화를 받았다.

1930년에서 원산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니까 81세다. 하지만 목소리는 정정했다. 그는 젊은 시절 북한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남한으로 내려와 사업을 하다가 증권회사에 근무를 했고 은퇴했다고 했다. 지금은 국한혼용문보급회를 홀로 운영하면서 한자를 보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세월이 지나면서 기성 한자세대는 차츰 줄어가고 한자 기피 풍조가 사회적으로 고착화되는 것이 서글펐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그나마 한자를 공부하는 청소년이 뒤를 잇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_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7~8년 전 초등학교 4학년 손자를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은 고등학생이라 가르치지 않는다. 손자처럼 한자를 공부하는 청소년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낱글씨 암기에만 집착할 뿐, 한자 급수증을 받으면 공부가 끝난 것으로 알고 실제 활용을 통한 공부를 도외시하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 읽을거리를 찾아가며 공부를 계속하려는 이도 더러 있기는 하나 부교재로 쓸 만한 서책을 구할 수 없고 손으로 쓰며 익히고 응용할 기회는 더더욱 없다. 그냥 한자의 낱글자만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문장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급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범위를 좀 넓혔다."

_ 국한문혼용체 보급을 어떤 방식으로 하나.

"지금 하는 일은 논설문을 국한문혼용체로 바꾸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유총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리를 내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그쪽에서 싫은 소리를 해서 쫓겨났다. 그래서 네이버와 다음에 카페와 블로그를 만들었고, 지금은 원산시민회 홈페이지에 '국한문논설방'을 개설했다. 친구들로부터 고문을 연구하느냐는 등의 핀잔도 들었지만 사실 학위나 관직도 해본 적이 없다. 힘이 없어서 그런지 보급이 쉽지 않다. 요즘은 아예 한글만 배우고 쓰는 분위기다. 그래서 더 어려움이 많다.

한문을 외면해서는 우리말의 진정한 뜻을 알기 어렵다. 과거에는 한자를 쓰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서법은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가 대신하기 때문에 자판만 누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3분의1로 줄기 때문에 한자 배우기가 더 쉽다. 읽는 법과 뜻만 알면 된다는 것이다. 국한혼용문 보급운동을 시작한지 벌써 7년째인데 그동안 인터넷에 게재된 글이 2,400편을 넘었다."

_ 연세가 적지 않은데, 인터넷이나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은 직접 하나.

"그 정도야 오랫동안 한 것이라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소극적인 행위다. 홈페이지를 냈으면 좋겠는데 비용이 2,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집이 하나 있는데 이를 사단법인으로 만들어볼까 하지만 당장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서 쉽지 않다."

_ 하필이면 신문에 실린 칼럼들을 국한혼용문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소설이나 시, 일반 기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논설문이 한자가 훨씬 많이 섞여있다. 소설은 일상용어를 많이 쓰는 경우 한자가 많지 않다. 우선 논설문을 중심으로 하고 사람이 좀 모이면 다른 분야도 나눠서 해볼 생각이다. 지금은 유력 일간지의 논설문을 국한혼용문으로 개서하여 매일 한 편씩 인터넷에 소개하고 있다. 2,000편이 훨씬 넘었다. 국한혼용문 수련반도 운영한다."

_ 수련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희망자가 있으면 이메일로 일주일에 두번씩 보내준다. 물론 한글판도 함께 보낸다. 난이도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눠서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단계적으로 보낸다. 처음 나오는 한자는 독음을 붙여 교재 형태로 편집을 해서 보내준다. 고급은 신문의 논설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때 수련반 숫자가 50~60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많이 줄어들어서 안타깝다."

_ 혹시 정부나 사회단체 등의 지원이 필요한지.

"혼자 하려니 힘에 부친다. 아직은 국한혼용문 보급 운동이 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아서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희망이 있다면 우선 홈페이지라도 하나 만들었으면 한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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