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개봉한 영화 '블랙 스완'의 주인공인 발레리나 니나는 순수하고 나약한'백조'연기는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만 관능적이고 도발적인'흑조'연기는 어딘지 불안하다. 그녀는 스타덤에 대한 압박과 이 세상 모두가 자신을 파괴할 것 같은 불안감과 망상에 사로잡히면서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면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인간의 순수와 욕망의 양면성을 표현하고 있다.
예상 초월한 이상 기후현상 속출
영화와 별개로 블랙 스완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고 전혀 예기치 못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1697년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모든 백조는 흰색인줄만 알았다. 이후 블랙 스완은 '진귀한 것' 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어왔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한 미국 뉴욕대의 나심 탈레브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은 검은 백조를 통해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과 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허약한 것인지를 지적한다. 지난 3월 일본 동북부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 2008년의 미국발 국제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등과 같이 예기치 못하게 극단적 0.1%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제, 사회 및 기후변화가 이에 해당된다. 이처럼 관찰과 체험, 통계를 벗어난 전 세계적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감당하고 적응해 가야 할 현실적 과제이다.
홍수와 가뭄의 불확실성 역시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근 50년간 (1954~2003년) 강수일수(강수량 0.1mm 이상)는 감소했다. 반면 호우일수(80mm이상)는 1954~63년 연간 평균 1.6일에 비해 94~2003년은 연 2.3일로 증가추세이다. 강수량은 증가하지만, 강수일수는 감소하고, 호우일수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결과적으로 홍수와 가뭄의 발생빈도가 는 것이다.
유난히도 길었던 올해 장마기록을 보며 연일 비가 내린 일수는 서울이 11일(7월7~17일)로, 50년 전인 61년 이후 6~7월 중 가장 길었다. 장마기간(6월 22일~7월 16일)의 총강수량도 중부지방 750.3㎜로 같은 기간 지난 30년의 평년값인 232㎜의 3.2배였고, 남부지방 역시 502.9㎜로 253.4㎜의 2배였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부터 사용해오던 평균치에 해당하는 '평년'의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바로 오늘이 새로운 평년이고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미국만 해도 올해 벌써 1,000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학자들은 이를 두고 기상이변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아예 "이게 새로운 평균"이라고 보고 있다.
최적의 물 관리 대안 수립해야
경제수준의 향상과 소비의 증가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쳐 지구곳곳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연현상은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이 너무 커 정확도를 담보할 수는 없다는데 있다. 그나마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현상을 이해하고 지혜와 기술과 자원을 이용해 최적의 물 관리 대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관찰, 학습 및 통계에 근거한 지식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입증시키는 '검은 백조'가 다가오고 있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건설단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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