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심배 대표 선발전에서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허영호, 강동윤 등 상위 랭커들은 물론 농심배의 영웅 이창호마저 탈락함에 따라 과연 주최사가 선정하는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이 누가 될 지에 바둑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심배는 선수 5명 가운데 4명을 예선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한 명은 예선 탈락자 중에서 주최측이 와일드카드로 선정해서 본선 티킷을 부여한다. 그러나 와일드카드라는 제도의 성격상 선정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다. 객관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특히 대회의 흥행적인 측면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농심배 와일드카드는 사실상 이창호가 독차지 해 왔다. 이창호는 한중일을 통틀어 12회 연속 농심배에 출전한 유일한 기사지만 실제로 예선전을 치러 본선 티켓을 따낸 건 몇 번 되지 않는다.
대회 초창기인 1회부터 3회까지는 선발전을 거쳐 자력으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그래서 유창혁(1, 3회)과 조훈현(2회)이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4회부터 와일드카드 선정 방식이 바뀌어 이창호가 예선에 출전할 필요가 없게 됐다. 당시 절대 강자였던 이창호에 대한 예우로 예선을 치르기 전에 미리 와일드카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7회까지 4년 연속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나갔다.
그러다 2006년 8회부터 와일드카드 선정 방식이 다시 바뀌었다. 전처럼 모든 기사가 예선을 치른 후 탈락자 중에서 와일드카드를 선정하게 된 것이다. 이즈음 이세돌을 비롯한 신예 강자들이 줄줄이 등장해서 절대 강자 이창호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8회에는 이창호가 무난히 예선을 통과했고 조훈현이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2007년 9회 대회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이미 국내외 기전에서 서서히 쇠퇴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이창호가 드디어 농심배 예선에서도 중도 탈락하고 말았다. 이후 지난해 12회까지 이창호는 4년 연속 농심배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그 때마다 주최측에 의해 와일드카드로 선정돼 계속 본선에 출전했다.
반면 이세돌은 농심배와 인연이 없는 편이다. 이세돌이 농심배 본선에 출전한 건 작년까지 겨우 두 번 밖에 되지 않는다. 번번이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한 장 밖에 없는 와일드카드는 으레 이창호 몫이었기 때문이다.
대회 주최사인 (주)농심이 이창호를 계속 와일드카드로 선정한 것은 그동안 이창호가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자였고 또한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 특히 인기가 매우 높아서 이창호가 반드시 대표 선수로 뛰어야 대회가 성공적인 흥행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창호는 그동안 농심배서 수 차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한국의 10회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그에 따라 농심배 대회의 성가도 크게 올라갔으므로 결과적으로 이창호의 와일드카드 선정은 매우 잘 한 선택이 된 셈이다.
그러나 올해 또 이창호와 이세돌, 두 강자가 나란히 예선 탈락함에 따라 과연 누구를 와일드카드로 선택해야 할 지 주최측이 대단히 골치 아프게 됐다. 벌써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당연히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가 와일드카드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최강자 이세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한국바둑의 미래를 위해 박정환같은 신진기예를 과감히 발탁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며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농심배 와일드카드는 이달 말께 대회 주최사인 (주)농심에서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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