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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저요 저요" 하게 수업 방법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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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저요 저요" 하게 수업 방법 바꿔라

입력
2011.07.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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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대니얼 윌링햄 지음ㆍ문희경 옮김/

부키 발행ㆍ304쪽ㆍ1만6,000원

아빠: 오늘 학교에서 뭐했니?

딸: 과학시간에 새 선생님이 오셨어요. 화학을 가르쳐 주셨어요.

아빠: 그래? 뭘 배웠지?

딸: 선생님이 유리그릇을 가져왔어요. 물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작은 금속 같은 걸 넣으니까 막 끓었어요. 진짜 멋졌어요. 다들 소리 지르고 난리였어요.

아빠: 음, 그런 걸 왜 보여 줬을까?

딸: 모르겠어요.

대니얼 윌링햄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교수가 6학년이던 딸 아이와 나눈 대화다. 새로 온 선생님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려고 실험을 해 보였다. 실험 중에는 학생들 수준에 맞게 적절한 설명을 덧붙였을 게 틀림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실험이 얼마나 멋있는지 생각하느라 정작 중요한 정보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고대 로마 역사를 가르친다고 토가(로마인 겉옷)를 입고 교실에 나타나는 역사 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학생들이 그 신기한 옷에서 눈을 떼지 못해 주의만 분산시키고 만다.

반대로 이런 교사도 있다. 교사는 생물시간에 학생들에게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학생들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절 꺼내 준 의사 선생님이요" "엄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사실 여러분 모두 맨 처음에 똑 같은 것을 본답니다. 엄마 뱃속에서 연분홍색으로 어른거리는 빛을 보지요. 오늘은 최초의 시각 경험이 우리의 시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현재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려고 해요." 윌링햄 교수는 관심을 끌어 놓고 수업에서 다룰 주제를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이런 수업이 좋다고 말한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는 인지과학의 연구 성과를 구체적으로 인용해 가며 초중등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교육 효과가 큰 지 9가지 주제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 윌링햄 교수는 실제로 미국의 교육과정 개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교육잡지에 이 같은 내용의 고정 칼럼을 쓰고 있다.

책 제목이자 저자가 책에서 교사나 학부모, 학생을 향해 던지는 첫 질문은 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 현장의 오래된 숙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윌링햄 교수의 대답은 "그건 너무도 당연하다"이다. "우리의 뇌는 생각하는 용도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의 여러 기능 가운데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뇌가 공을 들이는 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시각을 처리하거나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데에 뇌는 훨씬 더 애를 쓴다. "뇌는 본래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오히려 생각하는 수고를 덜어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수업 중에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고 과제가 어렵기만 하다면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저자는 학생들의 인지적 한계를 존중하고 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내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난이도는 어느 정도 노력하면 풀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고,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할 질문이나 실험을 수업 중 어느 때에 끼워 넣을지 생각해야 한다. 학생마다 수업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수준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학생별로 대응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왜 학생들은 텔레비전에서 본 건 다 기억하면서 교사가 한 말은 다 잊어버릴까' '왜 학생들은 추상적 개념을 어려워할까' '반복 훈련과 연습은 유용한 학습 방법인가' 등 질문을 던져 놓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결론을 읽고 난 뒤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음직한 내용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교수법이 필요한 이유를 인지과학적 배경까지 덧붙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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