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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강남 좌파' 정치하는 자 모두가 '강남 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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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강남 좌파' 정치하는 자 모두가 '강남 좌파'다

입력
2011.07.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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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발행·432쪽·1만6,000원

전방위 비평가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이번에 메스를 댄 건 '강남 좌파'라는 유행어다. 그리고 그 유행어를 그대로 투사하고 있는 한국 정치계의 '거물'들이다. 이 책은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해 대선을 앞두고 더욱 입에 오르내리는 '강남 좌파'라는 유행어에 대한 개념 규정이면서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실명 인물 비평이다.

'강남 좌파'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권 중후반인 2006년쯤 보수 진영이었다. 머리로는 좌파를 지향하지만 출신이나 소득, 생활방식은 이른바 강남 주민 같다며 일부 진보세력을 비아냥대기 위해 등장한 말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강남'은 출신이나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보적 이념을 가진 기득권 세력을 지칭하는 하나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강 교수는 '강남 좌파'를 크게 9가지 범주로 나누어 이론적인 지형도를 그렸다. 먼저 '강남'의 성격이라는 관점에서는 경제적 강남 좌파(좌파 성향 가진 부자) 문화적 강남 좌파(생활방식이 강남 성향) 연고적 강남 좌파(최상급의 학벌과 그 인맥의 혜택을 보는 엘리트)로 나눴다. 사회적 위상이라는 시각으로는 공적 강남 좌파(지도자, 정치인, 고위공직자) 중간적 강남 좌파(언론인, 시민운동가, 교수) 사적 강남 좌파(시민)로 구분한다. 생각을 얼마나 실천으로 옮기느냐는 기준에 따라 이타적 강남 좌파(좌파적 실천에 헌신) 합리적 강남 좌파(좌파적 실천 통한 자기 만족) 기회주의적 강남 좌파(사적 이익을 위한 좌파 성향 이용)로도 분류한다.

강남 좌파는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한다. 상류층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건 그것이 위선이 아니라면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 데도, 실제 하층계급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권력, 금력까지 쥔 사람들이 도덕적 우월이라는 '상징 자본'까지 갖겠다는 게 우선 지나치고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당위의 역설에만 그친다거나 행여 지금의 권력, 금력을 쟁취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적잖은 해악이다.

그리고 '좌우를 막론하고 리더십을 행사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학력ㆍ학벌에서부터 생활수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므로,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우파라도 서민을 상대로 포퓰리즘 자세를 취하는 게(바로 지금 목도하고 있는) 정치 문법이라면 우파 정치인에게도 강남 좌파 요소가 농후한 게 현실이라고 한다.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는 논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가 '강남 좌파'를 코드로 이 책의 4분의 3에 걸쳐 서술한 정치인 비평 속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어 있는 데는 이 같은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강남 좌파의 대표주자처럼 인식되는 조국 서울대 교수,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문재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판한다. 노 정권이 성찰과 자기 반성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젊은 열성지지자들에 의한 대표성 왜곡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 대표에게서는 '몰입'의, 손 대표에게서는 '명예회복을 위한 과격함'의 위험을 읽어냈다.

강 교수가 결코 한국만의 정치현상이라고 할 수 없는 '강남 좌파'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학 강단에 좌파가 득세하지만 그게 '사회는 물론 학생에게조차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미국식 '리무진 진보주의'의 재판을 경계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가 미래의 한국 정치에서 기대하는 것은 '인물중심형'에서 '목적지향형' 참여로의 전환, 권력을 좌가 잡든 우가 잡든 변함 없는 한국 정치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성, 다른 정치세력과 벽을 쌓지 말고 다리를 놓을 줄 아는 '소통'의 필요성이다. '강남 좌파'만으로는 한국 정치에 희망은 없다는 말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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