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는 21일 새로운 여당 지도부 구성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졌다. 참석자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김황식 국무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 핵심 50여명. 여권 수뇌부가 전부 모인 전례 없는 매머드급 회의였다.
하지만 이날 민생현안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구체적이지 못했고, 회의를 소집한 여당 지도부의 모습에서도 그다지 성의가 읽혀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보여주기만을 의식한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이날 회의는 당정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성이 가미된 행사이기도 했다. 때문에 회의 장소도 이전 총리 공관에서 국회로 바뀌었고, 참석 대상도 당정청 9인에서 50여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정부 측에서 김 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8개 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도 임 실장을 비롯 주요 수석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의욕과 달리 회의 내용은 부실하기 그지 없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는 30여분에 걸친 장관 보고에 이어 당 참석자의 질문과 장관의 답변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대부분 원론적 답변에 그치거나 "추후 논의하자"며 비켜가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들은 "손에 딱 잡히는 것을 가져오라"며 알맹이 없는 정부 대책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대학등록금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는 시간도 3, 4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정부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당 지도부도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0명의 참석 대상자 중 정두언 전재희 장광근 의원 등 12명이 불참했고,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등은 회의시작 30분을 넘겨 지각 참석했다. 일부 인사들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떴다.
김기현 당 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당정청은 민생예산 당정협의회를 구성해 내년 예산안의 편성 단계에서부터 민생예산이 적극 반영돼 국회로 제출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당정청은 또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소득구간별 차등지원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방안을 당정협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며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대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회보험제도 등 여러 분야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당정이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하반기 거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겠다며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독과점 시장구조와 유통구조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공기업 경영혁신 등으로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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