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ZARA). H&M, 유니클로와 함께 중ㆍ저가 '패스트패션'을 앞세워 세계 패션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브랜드다. 그 자라 신화의 주인공이자, 스페인 최고 갑부인 아만치오 오르테가(75)가 현업에서 물러났다.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려 해 온 그는 이임식도 치르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자라(ZARA)를 비롯 베르슈카, 맛시모 두티 등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인디텍스 패션그룹의 창업주 오르테가 회장이 그의 오른팔 파블로 이슬라(47) 사장에게 전권을 물려주고 퇴진했다. 미국 경영전문 잡지 포브스에 의해 세계 7위의 부호로 선정된 오르테가의 재산은 310억 달러에 달한다.
자라 브랜드는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등 세계 76개국에 1,422개 매장을 갖고 있다. 2008년 국내에도 명동점을 비롯해 지금까지 27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그의 시작은 미미했다. 1936년 스페인 소도시(레온)에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오르테가는 13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옷 가게 점원으로 일했다. 20대였던 63년 조그마한 의류 제조업체를 차렸다. 직접 원단을 구입해 제작한 옷을 팔았다. 중개상을 뺀 직접 거래로 옷 가격을 내렸고, 재고 부담도 가볍게 했다. 그의 성공 요인인 중ㆍ저가와 속도 제일주의 전략의 시초다.
75년 스페인 북서부 코루냐에 자라 상호의 첫 점포를 세웠다. 자라의 새 상품이 디자인돼 매장까지 배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주. 다른 의류업체들은 최장 6개월까지 걸리는 과정이다. 디자인부터 제조, 유통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한 덕분이다.
오르테가는 유행을 만들지 않고 유행을 주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다른 브랜드들은 계절에 앞서 미리 옷을 만들지만, 자라는 그때 그때 유행에 맞춰 빠르게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라는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이 나오고, 제품 중 70%는 2주 안에 바뀐다. 매년 나오는 신상품만 2만여 점이나 된다.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도 자라와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수성가의 전형 오르테가는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공이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 그는 평소 입버릇처럼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나도 그 중 한 명일 뿐이다"라고 말해 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후계자인 이슬라 사장은 오르테카의 성공 신화인 '패스트 패션 전략'을 고수하면서, 세분화된 지역 시장에 따라 세분화된 제품을 내놓는 등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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