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에티오피아를 국빈 방문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150㎞ 떨어진 해발 2,800m 고지의 가난한 농촌 마을 가레 아레나를 찾아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 대통령은 마을 공용 화장실을 새로 짓기 위해 직접 곡괭이로 낡은 건물 외벽을 뜯어내면서 "내가 완전 십장(작업반장)이다. 십장"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그런데 건설현장의 작업반장을 지칭하는 '십장'(什長)이란 말이 귀에 걸렸다. 이 대통령을 비판할 때 자주 동원되는 단어이기 때문이었다. 시중에서는 이 대통령이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데다 4대강 사업을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덕에 그의 통치 스타일을 놓고 종종 '노가다 십장형 리더십'이란 비판이 나온다. 일본말에서 유래한 '노가다(막일)'란 말과 결합된 십장은 부정적이고 비하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옛날 병졸 10명의 우두머리인 십장이란 말 자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없다. 십장은 자기가 고용한 일꾼의 임금을 책임져야 한다. 일꾼들을 효율적으로 지시해야 하고 기술적 결정도 내려야 한다. 어느 자리보다 설득과 빠른 결단, 추진력이 필요하다. '십장형 리더십'은 '현실적이고 실무적'이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나라의 빈촌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기에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실태를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대외원조사업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11억7,000만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18위, 국민총소득(GNI)에서의 ODA비율은 0.12%로 26위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23개 회원국 중 꼴찌다.
내역은 더욱 초라하다. 수출입은행의 ODA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베트남에 대한 ODA공여기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14곳이었지만 2009년엔 22곳이 됐다. 6곳은 지원규모가 1만달러(1,100여만원) 안팎이었다. 캄보디아의 경우 ODA 액수는 2007년 3,500만달러에서 2009년 1,700만달러로 줄었지만 참여기관은 12곳에서 15곳으로 늘었다. 해마다 기획재정부에는 ODA예산을 따려는 기관들의 민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한마디로 ODA가 장관 등이 해외에 나갈 때 선물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ODA사업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유상원조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와 무상원조를 주도하는 외교통상부가 ODA 주도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면서 대외원조사업은 효과를 극대화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외원조의 이러한 비효율성은 이미 2008년 DAC가 지적한 사항이다. 감사원도 지난 5월 ODA사업에 대한 점검을 벌여 똑 같은 감사결과를 내놨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담 기관 신설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시적인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위상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국제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된 사실을 자주 강조한다. 빈촌 가레 아레나 마을에선 "우리가 다 해 주는 것은 진정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본인들이 자립하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지원방식에 대한 원칙도 말했다.
무엇을 어떻게 주느냐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줄 준비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구멍가게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ODA사업에 필요한 것은 이 대통령의 '십장형 리더십'이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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