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주유소는 주유원의 인건비와 화장지 등 판촉물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 기름값이 싸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총 1만3,000여곳의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는 채 500개가 안 된다. 전체 주유소의 3.5% 정도.
셀프주유소가 드문 이유는 투자비가 일반 주유소보다 2배 이상 들기 때문이다. 일반적 4노즐형 주유기 가격은 대당 1,500만원 정도지만 셀프주유기는 3,000만원대다. 여기에 CCTV과 결제시스템 설치, 건물구조 변경비까지 기존 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데만 5억원 이상 든다는 것이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판촉물을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호소한다. 한 주유소 사장은 "세계적으로 주유소에서 이렇게 많은 경품을 주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걸 알지만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외식업체와 레저 업체들이 쿠폰이나 할인서비스를 지속하는 것도 역시 마케팅이 이유다. 한 패밀리 레스토랑 관계자는 "작은 거품을 줄이고 물가를 낮추자는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이 다 똑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소비자 차별을 낳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편 보려면 9,000원을 내야 하는데, 20~30대 젊은이들은 각종 제휴 카드 등을 이용해 할인 받지만 중장년층 이상은 제값을 내고 보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층이 바가지를 써서 젊은이들의 할인분을 보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종일권이 7만원을 넘는 여름철 물놀이시설이나 겨울철 스키장 리프트권은 상당수 카드사들이 30~40% 할인을 해 주는데, 이 제도를 모르거나 마침 갖고 있는 카드가 해당 시설과 제휴가 돼 있지 않다면 다른 사람에 비해 바가지를 쓰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할인가격이 정상가가 되고, 정상가격이 '바가지'가 되는 구조다. 특히 반값쿠폰 판매업체인 '소셜커머스'가 등장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서울 대학로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인은 "소셜커머스 때문에 할인가격이 일반화되면서 실제 가격을 사실상 30% 가량 올렸다"고 실토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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