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1일부터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놓고 북한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북한 박의춘 외무상과 함께 북핵 협상과 대미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현지에 합류하면서 이들이 한국과 미국, 중국 측과의 접촉을 통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중 외교장관 회담 외에 아직까지 북측과 한반도 주변국가와의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 측은 북측에 비공식 별도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미국도 북한에 고위급 양자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먼저 발리에 도착한 북측 관계자는 이날 남북 외교장관회담의 성사 여부에 대해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긴 뒤, "남북 비핵화 회담 및 핵문제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 23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해 남북 접촉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만일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 리 부상이 회동할 경우, 이는 남북 비핵화 회담이 성사되는 효과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표면적이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비핵화 회담을 출발점으로 북ㆍ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방안'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또 김성환 외교장관과 박 외상이 비공식적으로나마 조우한다면 남북간 대화 물꼬가 트이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관건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측이 어떻게 언급하느냐에 따라 남북문제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남북회담이나 북미대화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북측이 23일 입장 발표 시 무게감 있는 발언을 전향적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식량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무엇보다 국제 원조가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비핵화회담-북미회담-6자회담으로 가는 3단계 프로세스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만일 양자회담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측은 핵실험 등을 고리로 더욱 강한 어조로 북미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벼랑끝 외교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만나서 보다 진전된 대화를 가질 개연성도 있지만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 만나지 못할 가능성, 23일 북측의 입장 발표 시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하는 원론적인 언급 가능성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리=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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